고속도로 타고 강 건너는 연어들... '강물 거슬러 오르는 연어'도 옛말

  • 이후림 기자
  • 2021.07.26 06:00
홍연어 (사진 아이다호정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멸종위기에 처한 홍연어(sockeye)가 이동 수단 트럭을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강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멸종위기에 처한 홍연어가 강이 아닌 고속도로를 타고 산란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최근 40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하천 복원, 포식자 재배치, 부화장 건설 등 연어 생존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은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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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갈수록 빈번해지는 폭염과 상승하는 강 수온 탓에 태평양에서부터 8개 댐을 거쳐 남부 아이다호 산란지까지 가는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는 연어는 거의 없다.

한때 미국 서부 스네이크강에 풍부했던 홍연어는 개체 수가 급감해 결국 멸종위기에 처했다.

스네이크 강에 위치한 댐 (사진 미 육군 공병대)/뉴스펭귄

1930년대 시작된 무분별한 댐 건설 열풍도 이들 멸종에 제대로 기름을 부었다. 댐은 자연 급류와 폭포를 없앴고 인공 호수만을 늘렸다.

느린 해류는 홍연어 새끼들이 바다에 도달하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만들었고 결국 새와 물개 등 포식자에 희생당했다. 

이에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홍연어가 산란지까지 이동하는 마지막 300마일(약 483km) 구간을 건너뛸 수 있도록 조치하는 긴급 대책을 승인했다. 홍연어는 산란지에 도착하기까지 총 900마일(약 1448km)을 여행한다.

이 같은 조치로 홍연어는 강 대신 고속도로 위 트럭을 이용해 산란지까지 이동한다.

물고기 사다리 (사진 'Lower Granite Dam Fish Passage Guided Tour'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정부 연구팀은 물고기 이동통로를 제공하는 일명 '물고기 사다리' 근처에서 홍연어가 45m 상류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기다렸다가 마취제가 든 물탱크에 이들을 밀어 넣는다. 홍연어는 이후 1t 트럭에 설치된 1500ℓ 물탱크로 옮겨져 고속도로를 타고 산란지에 도착하게 된다.

산란지에 도착하기까지 물탱크 안 수온을 적정온도로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차가운 물에 서식하며 온도에 매우 민감한 홍연어는 수온이 21.1℃ 이상으로 올라가면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한나절에 가까운 긴 여정 동안 알맞은 수온을 유지하기 위해 차가운 얼음을 그때그때 수급해 사용해야 할 뿐 아니라 반드시 염소 처리된 얼음을 사용해야 한다.

트럭에 옮겨지고 있는 홍연어 (사진 'EarthFixMedia'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연구팀은 "지금의 방식이 최선이지만 과연 기후위기에서 홍연어 멸종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댐을 철거하는 방법이 극적인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란 확신이 있지만 일부 댐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고 털어놨다.

댐 지지자들은 비록 다른 품종의 홍연어지만 동일 계열 홍연어가 여전히 풍부하다고 주장하면서 댐 파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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