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기지 지으려다, 그린란드 '녹색 실체' 밝혀졌다

  • 임병선 기자
  • 2021.03.17 08:00
(사진 University of Vermont)/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미군이 핵미사일 비밀 기지를 지으려다 1960년대에 발견한 시료 덕에 얼음의 땅 '그린란드'가 한때는 식물이 자라는 초록색 땅이었다는 사실이 최신 기술을 통해 밝혀졌다.

미국 버몬트대, 콜럼비아대 등 연구진은 15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학회(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지난 100만 년 사이 적어도 한 번은 그린란드 전체 혹은 대부분이 얼음 없는 상태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던 시절을 거쳤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그린란드가 최소 260만 년 전부터 쭉 얼음으로 뒤덮혔으며, 과거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곳으로 여겨왔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그린란드가 생각보다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연구진은 그린란드 해안으로부터 약 120km, 북극으로부터 불과 약 1290km 떨어진 지점의 지하 1.4km 깊이에서 추출한 얼음 샘플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얼음 샘플 속 식물 화석은 냉전 시대였던 1966년, 미군이 핵미사일 600개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비밀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그린란드 지하를 뚫다 발견했다.

미국은 기지 건설 도중 그린란드의 얼음 토양 샘플을 원통 형태로 보관했고, 당시 미국 버펄로대 과학자가 관심을 가졌으나 이때 과학 기술로는 특별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없어 존재가 잊혀졌다.

그린란드 얼음 샘플 시추 과정 (사진 University of Vermont)/뉴스펭귄

과학자들은 2017년이 돼서야 우연히 해당 얼음 샘플에서 추출된 퇴적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연구진이 현미경을 통해 퇴적물 속에서 시로미속 나뭇가지의 화석을 발견한 것이다.

식물이 발견됐다는 점은 과거 그린란드 땅에서 식물이 자랐음을 시사하며,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기존 통념을 깰 과거 그린란드 기후 연구에 착수했다.

쿠키 단지에 들어 있던 그린란드 얼음 샘플 속 퇴적물 (사진 University of Vermont)/뉴스펭귄

연구진은 얼음 퇴적물을 분석해 이끼와 지의류, 가문비나무속과 전나무속 식물이 자생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얼음이 얼지 않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냉전 시대에는 없었던 최신 기술을 동원했다. 이들은 퇴적물 속 식물이 자랐던 시기를 특정하기 위해 동위원소 분석 기법으로 그린란드 토양 샘플의 연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최소 수십만 년에서 최대 110만 년 전에 그린란드에 풀이 자랐다는 직접적 증거를 도출했다.

이들은 얼음 속 산소 분석을 기반으로 밝혀낸 당시 강수량이 현재 얼음 빙상 높이에 못 미친다는 점은 당시 그린란드에 빙상이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퇴적물 속 잎을 분석한 결과 과거 그린란드가 녹색 땅이었다면 현재 그린란드 지역 툰드라와 비슷한 생태계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 버몬트대 폴 비어맨(Paul Bierman)은 만약 인간이 유발한 기후위기가 심화해 그린란드의 모든 얼음이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을 약 610cm가량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해 8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 인바이론먼트'에 그린란드 빙하가 이미 녹기 시작했고, 지구가열화가 멈추더라도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논문이 게재됐다. 비어맨은 "(그린란드 얼음)이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50년 안에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실제로는 얼음만 가득한 '그린란드'가 '녹색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바이킹 민족 중 노르드인 1명이 985년 경 새로운 지역에 함께 터를 잡고 살 이민자를 데려오기 위해 '녹색 땅'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