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아이러니' 야생동식물의 새로운 성지로 변신

  • 이후림 기자
  • 2021.03.15 08:00
후쿠시마 산 전경 (사진 Pixabay)/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10년 전 원전 사고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후쿠시마가 야생동물의 새로운 피난처가 됐다.

세계는 10년 전 일본 북부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규모 9.0 강진으로 체르노빌에 이은 사상 최악의 두 번째 원전 사고를 목격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쓰나미가 북부 해안을 강타했고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돼 3개 원자로의 핵심 시설이 녹아내렸다.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퍼지면서 후쿠시마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됐다. 16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후쿠시마를 떠났고 그렇게 이곳은 유령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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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다큐멘터리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원전 사고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후쿠시마가 놀랍게도 야생동물의 새로운 피난처가 되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방사선 수치가 여전히 높아 인간이 돌아올 수 없는 후쿠시마 땅을 야생동물과 식물이 차지했다. 2020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멧돼지, 원숭이, 너구리 등 야생동물은 인간이 거주하는 인근 지역보다 후쿠시마 출입금지구역에 더욱 많이 살고 있다.

일본 사진작가 마나부세키네(Manabu Sekine)가 공개한 후쿠시마 버려진 도시 사진들이 그 근거를 뒷받침한다.

마나부세키네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을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지역 야생동물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 사고 몇 달 후인 2011년 6월에 그 지역을 방문했다"며 "예상과 달리 오염 지역의 식물, 나무, 꽃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었고 꿀벌과 나비가 정원을 날아다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몇 년 후 다시 오염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무들이 확장돼 숲이 돼 있었다. 한때 마을 사람들이 키웠던 밤과 감은 야생동물의 식량이 됐고 들판은 동물들의 완전한 번식지가 됐다"며 "생물들은 방사선보다 인간의 존재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예는 근처에도 존재한다.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 DMZ다. DMZ는 인간이 사라진 곳에서 야생동물이 쉽게 번식하는 또 다른 예를 제공한다.

DMZ에 서식하는 새 (사진 Pixabay)/뉴스펭귄

멸종위기에 처한 두루미, 흑곰, 여우 등과 같은 희귀 동물이 서식하는 DMZ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야생동물 보호구역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국립수목원이 펴낸 'DMZ 인문자연환경백서'에 따르면 DMZ에는 우리나라 전체 포유류의 52%, 조류의 51%, 양서 파충류의 71%, 어류의 12%가 살고 있고 식물 2,382 종류가 살고 있다. 국내 최후의 야생동식물 피난처인 셈이다.

이와 관련 미국 조지아대학교 야생 생물 생태학자 비즐리(Beasley)는 "오염된 지역이 동식물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다"라며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 물론 더 좋겠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식물은 방사선 양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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