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거세당하는 거야...?' 콜롬비아 하마들의 비참한 운명

  • 남주원 기자
  • 2021.02.15 00:00
(사진 Pixabay)/뉴스펭귄

콜롬비아 하마들이 거세될 운명에 처했다.

콜롬비아 지역자치 환경단체 '코르네르(CORNARE)'는 "현지 하마의 거세를 위한 약물 제품에 대해 미국 주재 대사관에 지원 요청을 했다"고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밝혔다.

단체는 "이는 현재 수의사 및 생물학자들이 고려하는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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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콜롬비아 당국은 왜 죄 없는 하마들의 생식기능을 없애려 하는 걸까. 때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최대 마약 조직을 이끌며 콜롬비아 전역을 쥐락펴락했던 인물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는 현지에 엄청난 규모의 개인 저택을 짓고 콜롬비아에는 없는 외국 동물들을 잔뜩 들여왔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문제는 이때 아프리카 땅으로부터 이곳 전용 동물원으로 옮겨진 하마 4마리다.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세상을 떠난 후 이 하마들은 인근 강가에 풀려났는데, 적도 부근의 콜롬비아 기후 덕분에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단 4마리였던 하마는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콜롬비아에 살면서 현재 80마리로 불어났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2035년에는 약 1500여 마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콜롬비아에 하마 수가 급증하자 생태계 파괴와 인명 피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당국은 중성화 수술 또는 살처분 등 방안을 고려했으나 동물단체 및 여러 현실의 벽에 부딪혀 온 터였다.

코르네르 측은 "하마의 면역적 거세를 허용하는 해당 약물은 미국 농무부 소속 동식물 건강 검사 전문기관을 통해서만 주문 제작될 것"이라며 "콜롬비아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단체에 의하면 올해부터 하마 거세 조치에 필요한 예방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콜롬비아의 하마들을 전 세계 다른 동물 보호 기관 또는 원래 살던 아프리카로 보낼 수는 없는지 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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