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마약왕이 남긴 저주, '마약' 아닌 '하마'?

  • 남주원 기자
  • 2020.02.29 08:00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국드라마 '나르코스'(사진 'NETFLIX')/뉴스펭귄

'마약왕'과 '하마'가 무슨 연관이 있냐고?

때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당시 세계 최대 마약 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수괴였다.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누렸으며 동시에 가장 악명 높은 마약 범죄자였던 그는 콜롬비아 전역을 쥐락펴락한 인물이다. 공식적으로 세계 부자 서열 7위(재산 33조7000억 원)에 올랐을 정도로 돈이 많았으며, 자신의 뜻을 거역한 사람은 정재계 고위 간부라도 상관없이 전부 죽였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마약범죄자였다(사진 'Pixabay')/뉴스펭귄
하마는 원래 남미가 아니라 아프리카에 서식한다(사진 'Flickr')/뉴스펭귄

에스코바르는 어마무시한 개인 저택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름하여 '아시엔다 나폴레스'다. 그는 그곳에 기린, 코끼리 등 콜롬비아에는 없는 이국적인 동물들을 들여와 개인 동물원을 지었다. 하지만 1993년 에스코바르가 특수부대에 의해 총살되면서 '아시엔다 나폴레스'는 폐가가 되고 정부는 그곳의 동물들을 전부 다른 동물원으로 보냈다. 단, 4마리 하마만 제외하고 말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하마들이 주변 강가에 살기 적합하다고 판단해 그냥 풀어줬다고 한다. 암컷 3마리, 수컷 1마리였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하마(사진 'Pixabay')/뉴스펭귄

4마리였던 하마가 지금은 무려 80여 마리까지 늘어나 콜롬비아의 '애물단지'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콜롬비아는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외래종인 하마의 개체수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면, 다양성이 깨지고 생태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마는 원래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이다. 아프리카는 하마의 번식을 막을 수 있는 가뭄 등이 있으며 따라서 자연적으로 하마 개체수 조절이 된다. 하지만 콜롬비아에는 가뭄이 없다. 적도 부근의 콜롬비아 기후는 이들이 번식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제공했고 어떠한 상위 포식자나 경쟁자도 없었다. 하마들은 이른바 '하마 천국'에서 그저 배불리 잘 먹으며 빠르게 번식해온 것이다. 

사람들은 하마를 그저 귀엽고 다정한 동물로 착각하고 있다(사진 'Flickr')/뉴스펭귄

문제는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 뿐만이 아니다. 너무나 많아진 하마들은 여기저기로 떠돌며 사람들이 사는 마을 곳곳에 갑작스레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아주 크다. 하지만 주민들은 하마에 대해 '안전불감증'이 심하다. 애니메이션 속 귀여운 하마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하마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다정한 동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실제 하마는 매우 난폭하고 위협적이다(사진 'Pixabay')/뉴스펭귄

실제로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하고 사나운 동물 중 하나다. 아프리카에서 인명 피해를 가장 많이 낸 동물인데다가 악어도 쉽게 물어 죽인다. 게다가 이런 하마가 20~30마리 무리 지어 생활한다.

이러한 현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콜롬비아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중 중성화 수술이 해결책의 일환이었는데, 3t이 넘는 하마를 포획해 마취, 수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마는 피부와 지방, 근육이 상상 이상으로 두껍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하마를 사냥해 죽였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거센 반발을 일으켜 '하마 사냥 금지' 법안이 만들어질 뿐이었다.

당국은 중성화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지만 향후 10년 사이 하마 개체수가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진정한 밀수품은 마약이 아닌 하마"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에스코바르의 하마들은 콜롬비아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