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망? 그게 뭐길래...' 멸종위기 상괭이 다 죽이던 물건의 정체

  • 남주원 기자
  • 2021.02.04 15:06
(사진 해양수산부)/뉴스펭귄

미소를 짓는 듯한 어여쁜 얼굴로 ‘웃는 돌고래’라는 별명을 가진 토종 돌고래 '상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홍콩, 일본 등 아시아 동부 연안에만 분포하는 돌고래로, 특히 우리나라 서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조선시대 어류학서 『자산어보』에 ‘상광어(尙光漁)’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만큼 과거 우리 조상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물에 혼획돼 죽은 상괭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하지만 최근 상괭이의 미소는 죽음으로 얼룩지고 있다. 상괭이 개체수는 지난 2004년 3만6000여 마리에서 2016년 1만7000여 마리까지 급감해 현재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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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평균 1100여 마리의 상괭이가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혼획'으로 폐사한 상괭이는 총 4545마리(연평균 909마리)로 확인됐다.

혼획이란 특정 어패류를 잡으려고 어업활동을 했으나 본래 목적했던 어획 대상이 아닌 종이 섞여 잡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즉 혼획이 상괭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방아쇠 역할을 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혼획된 상괭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특히 2015~2019년 기준 상괭이의 약 81%가 '안강망'에 의해 혼획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강망은 어류를 잡는 데 쓰이는 큰 자루 모양의 그물로, 조류가 빠른 해역에서 그물을 고정해 놓고 물고기 떼가 강제로 자루에 밀려 들어가게 해 잡는 방식이다.

'강제함정어구'라고도 불리는 안강망은 조류가 매우 빠른 우리나라 서해안 어업에 적합한 탓에 급속하게 보급돼 왔다. 

이처럼 안강망이 수많은 상괭이 목숨을 앗아가자 대한민국은 '상괭이 구하기'에 나섰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안강망 어업에 '상괭이 탈출 장치'를 보급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지난해 마쳤으며 올해 3월까지 세부적인 설치 규격을 고시할 계획이다. 또 해양수산부는 4월부터 근해안강망 어선 63척에 상괭이 탈출 장치를 우선 보급한 후 순차적으로 연안·근해 어선까지 확대 지원한다고 밝혔다. 

상괭이 탈출장치 원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상괭이 탈출장치를 안강망 어구에 부착한 모습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한 '상괭이 탈출 장치 그물' 원리는 다음과 같다.

조류에 의해 안강망 자루 안으로 밀려들어온 작은 물고기 떼는 그들 몸집보다 큰 상괭이 탈출용 그물 사이를 그대로 통과해 안강망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반면 물고기 떼를 좇아 자루 안으로 들어온 상괭이는 자기 몸집보다 작은 탈출 유도망에 걸려 더이상 안강망 안쪽까지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자루 한쪽에 설치된 구멍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물에서 구조된 상괭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그렇다면 상괭이를 혼획했을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직통전화(☎052-2700-911)를 통해 신고하거나 카카오톡에서 '고래연구센터'를 검색 및 친구추가해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신고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상괭이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혼획 신고에 적극 동참하도록 일명 '착한 선박' 인증 제도 또한 시행하고 있다. 혼획 및 좌초된 해양동물을 신고하는 어업인은 어선에 부착 가능한 해양수산부 인증 '착한 선박' 현판을 부여받는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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