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대화' 해독 가능해지나... 극지연구소 음향 분리 성공

  • 남주원 기자
  • 2021.01.13 11:36
긴수염고래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지구상 가장 큰 동물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게 됐다.

13일 극지연구소는 남극바다에서 관측된 수십만 시간 음향정보에서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 등 거대 고래의 소리만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 blue whale)와 긴수염고래(fin whale)는 지구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로, 물속에서 멀리까지 전파되는 약 20Hz의 저주파 소리를 발생해 서로 대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리는 고래 개체수 및 활동반경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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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전문가들이 수작업으로 관측 자료를 분석해 시간과 비용 소모가 많았으며 분석 결과의 통일성도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남극바다에서 오랜 시간 체계적인 관측이 힘들다는 점도 고래 연구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남극해 국제 수중음향 관측망(빨간색 원, 7개 관측망)과 선박을 활용한 고래 신호 관측 위치도(검정색 테두리 동그라미)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대왕고래 발성 신호 주파수 특성. 대왕고래 주파수 특유의 ‘Z’ 형태가 20Hz 부근에서 잘 관찰된다. 저주파 신호는 수중에서 매우 먼 지역까지 전달된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극지연구소와 호주 남극연구소, 미국 해양대기청, 프랑스 브리타니 대학,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남극의 소리를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무인자율 수중음향 관측 장비를 도입해 지난 20여 년간 확보한 30만 시간의 자료를 분석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저주파 소리의 특징을 활용해 음향관측 자료에서 고래의 소리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2014년 대왕고래 신호의 경우 세종기지 근처에게 가장 많이, 장보고기지 근처에서 가장 적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로 식별된 10만 건 이상의 고래 신호 자료는 AI기술과 접목돼 고래의 시공간적인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대왕고래는 출산을 위해 열대바다로 이동했다가 새끼와 함께 5000km를 헤엄쳐 먹이가 풍부한 남극해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왕고래는 국제 멸종위기등급 '위기(EN, Endangered)' 단계에 처해 있다 (사진 IUCN)/뉴스펭귄
긴수염고래는 국제 멸종위기등급 '취약(VU, Vulnerable)' 단계에 처해 있다 (사진 IUCN)/뉴스펭귄

거대 고래는 죽은 후 다량의 탄소를 품고 바다로 가라앉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하며 그들의 배설물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하지만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는 20세기 들어 각각 수십만 마리가 포획되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관측 자료도 부족해 정확한 개체수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극지연구소는 전했다.

극지연구소와 미국 해양대기청이 공동으로 남극해에서 운영하는 무인자율 수중음향관측 장비. 해양 계류형으로 1년 이상 장기 관측이 가능하며, 수중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음원 포착과 식별에 용이하다. 생태계 연구 외에도 바다와 맞닿은 빙하의 움직임 등을 관측하는 데 활용된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이달 게재됐으며 해양수산부 R&D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중음향 관측 장비는 남극 빙하의 움직임 파악에도 활용된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남극바다에 설치한 관측망을 활용해 멸종위기종 및 다른 해양동물들의 서식 연구와 더불어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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