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수달의 자존심을 지켜줘'...그들의 '음경뼈'가 약해지는 이유

  • 남주원 기자
  • 2020.12.26 08:00
수달 (사진 Pexels)/뉴스펭귄

정유 공장 근처에 사는 수달의 음경뼈 밀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McMaster University) 연구팀은 앨버타(Alberta) 정유 공장 인근에 서식하는 수달들 음경뼈가 정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고 국제 환경학술지 'Chemosphere(케모스피어)'에 최근 발표했다.

음경뼈는 단어 그대로 남성이나 수컷의 음경 속에 있는 뼈로,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와 영장류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수달은 일반적으로 길고 가늘며 구부러진 모양의 음경뼈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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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공장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로 인해 이곳에 서식하는 수달의 음경뼈가 약해지고 있다 (사진 Philippe Thomas)/뉴스펭귄

연구팀은 원유 공장 전역의 수달 34마리를 대상으로 CT촬영 및 음경뼈 밀도를 측정했다. 검사 결과 공장 가까이 사는 수달이 멀리 사는 개체에 비해 음경뼈 밀도가 낮아 쉽게 부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주 저자이자 환경·기후변화에 대한 야생동물 독성학자인 필립 토마스(Philippe Thomas)는 "정유 공장에서 나온 탄화수소의 영향을 덜 받는 수달일수록 음경뼈가 더 강하고 단단했다"라며 탄화수소 물질이 음경뼈 밀도를 감소시킨다고 추정했다.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탄화수소는 원유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원유는 지하 깊은 곳에서 채굴해 가공을 거치지 않은 석유를 말하며 주로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탄화수소 혼합물이다.

원유에는 탄소와 수소 뿐만 아니라 황이나 질소 등 여러 불순물도 포함돼 있는데, 원유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이 불순물들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체로 변한다. 탄화수소 혼합물에는 대표적으로 석유·천연가스·휘발유·파라핀·항공유·윤활유 등이 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다른 종보다 환경오염에 민감한 수달은 생태지표종으로 여겨진다. 수달의 음경뼈 약화는 그들의 번식 활동에 치명적이며 결국 수달 개체수를 감소시켜 먹이사슬 전체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극곰과 쥐를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음경뼈가 약해진 포유류는 생식 능력에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비단 수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진행된 영국 카디프대학 수달 프로젝트(Cardiff University Otter Project)에 따르면 이러한 화학물질은 남성의 음경을 수축시키는 등 인간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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