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러 왔더니 농약 테러...' 멸종위기 독수리 수난사

  • 홍수현 기자
  • 2020.12.23 08:00

겨울을 보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온 독수리들이 농약을 먹고 폐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충청남도 당진 및 아산 일대에서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가 잇따라 발견돼 구조대가 긴급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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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산에서는 독수리 6마리가 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독수리를 구조한 한국조류보호협회 아산시지회 김상섭 회장은 "현장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죽어가는 독수리 2마리에 이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관계자와 함께 인근에서 날지 못하는 4마리의 독수리를 추가로 구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서는 독수리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243-4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흰꼬리수리도 죽은 채 발견됐다. 

이보다 앞선 12일 당진에서는 독수리 8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됐는데 이 중 6마리는 이미 죽은 상태였고, 2마리는 역시 마비 증세를 보이며 날지 못하는 상태였다.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는 겨울철새 '독수리' 11월쯤 한국을 찾아와 4월이 되면 떠난다 (사진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뉴스펭귄

독수리들은 왜 이런 참변을 당한 걸까. 

독수리 부검 결과 뱃속에서 농약이 묻은 볍씨를 먹고 죽은 야생조류를 먹은 흔적이 나와 사인은 '농약 중독'으로 추정된다. 독수리는 동물의 사체를 먹어 치워 흔히 '야생의 청소부'라고 불리는데 이 과정에서 2차 중독이 일어난 것이다. 

뉴스펭귄이 현재 독수리들을 보살피고 있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수확이 끝난 논·밭에 농약을 뿌려놓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조류가 농작물 재배에 끼친 피해에 따른 보복성 조치 또는 야생조류를 포획해 식용(보신)으로 활용하기 위한 이유 등이 있다. 다만 한적한 농경지 특성상 CCTV 등 물적 증거자료 확보가 어려워 피의자를 특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정되는 이유 중 하나다"

Q 법적인 제재는 없나요

A "당연히 법정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 제19조(야생생물의 포획, 채취 금지 등)에 따르면 야생동물 포획에 앞서 행위 및 방법 등에 따른 계획을 제시해 허가를 득해야 한다. 특히 3항에 의거 폭발물, 덫, 올무 및 농약 등 유독물을 살포해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11월이면 한국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독수리(Aegypius monachus)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 종이자 천연기념물 제243-1호로 보호받고 있다. 

최근 농약을 먹고 죽은 조류로 독수리까지 중독돼 죽은 사례는 2018년 17마리, 2019년 9마리, 2020년 현재까지는 9마리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죽은 개체만 집계한 것이고 건강을 회복해 야생으로 돌아간 개체까지 합하면 훨씬 많은 독수리가 피해를 입고있다. 

농약 중독으로 구조된 후 1년 뒤 다시 농약 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DJ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뉴스펭귄

심지어 농약 중독으로 구조된 개체가 1년 후 다시 농약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2019년 1월 충남 서산에서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독수리 한 마리를 구조했다. 농약에 중독돼 죽은 오리를 먹고 연쇄적인 중독으로 위험에 빠져있던 녀석을 구조한 것이다. 

센터는 독수리에 'DJ"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껏 치료한 뒤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윙택을 달고 있던 DJ는 여러 탐험가의 눈에 띄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음이 확인됐는데, 올해 초 충남의 한 농경지에서 또 피를 토하며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구조팀은 급히 DJ를 센터로 옮겼으나 끝내 죽고 말았다. 따뜻한 겨울을 나기위해 몽골서부터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한국까지 왔지만 같은 장소에서 또 똑같은 방법으로 결국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사진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뉴스펭귄

독수리들의 농약 중독 피해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누가 왜 농약을 뿌렸는지' 이유와 당사자를 정확히 잡아내는 게 광범위한 농촌 특성상 한계가 있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현재로서는 결국 개개인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사람의 의도적 행위에 따라 발생하는 사고라는 점은 해결책은 명료하지만, 그 어떤 원인보다 해결하기 어렵기도 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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