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는 원래 '한국 고유종'...이미 멸종위기
크리스마스 트리는 원래 '한국 고유종'...이미 멸종위기
  • 홍수현 기자
  • 승인 2020.12.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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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로 널리 알려진 구상나무 (사진 제주도청_도정뉴스)/뉴스펭귄
크리스마스트리로 널리 알려진 구상나무 (사진 제주도청_도정뉴스)/뉴스펭귄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전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가운 조형물이 하나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트리'다.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정령을 숭배해 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걸 본 전도사가 이를 옳지 못하다 여겨 나무를 베어버리자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으나, 이후 어떤 재앙도 일어나지 않아 나무에 모여 예배를 보는 관습이 후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는 독일 유명 기독교 목사 마틴 루터가 한밤중에 숲속을 산책하다 전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져 들어온 별빛이 아름다워 이를 재현하고자 나무를 베어 집에 두고 촛불, 솜, 리본 등을 걸어 장식하며 이를 본 기독교인 사이에서 점차 유행이 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전나무', '구상나무' 또는 이를 개량화한 품종이 흔히 쓰인다. 구상나무는 사실 우리나라 한라산과 지리산에서만 자라는 한국 고유종이나,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이들이 이미 멸종위기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구상나무는 지난 1907년 제주도로 포교 활동을 왔던 포리(Urbain Faurie) 신부와 타케(Emile Joseph Taquet) 신부가 한라산에서 채집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신부이자 식물학자이기도 했던 포리는 새로운 종의 표본을 세계 각국으로 보냈다.

이윽고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윌슨(Earnest H. Wilson)이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집'(The Journal of the Anorld Arboretum)에 신종으로 발표하며 공식 등재됐다. 구상나무의 영어 이름 ‘Korean Fir’ 이며 학명 ‘Abies koreana’로 이름에도 분명히 정체성이 드러난다.

(사진 국립생물자연관)/뉴스펭귄
(사진 국립생물자연관)/뉴스펭귄

구상나무는 특유의 원통형 열매와 뛰어난 재질을 인정받아 고급 조명수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는 크리스마스 트리중 상당수가 구상나무의 개량종이다. 단 개량종의 경우 대부분 해외 종묘사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는 정작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한국에서 구상나무가 자라는 곳은 한라산과 지리산 일대인데 최근 들어 구상나무 군락이 말라죽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는 지난 2013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 적색등급 위기종(EN, Endangered)으로 지정했다. 1998년에도 준위협(NT, Near Threatened)에 속했는데 상태가 더 악화됐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7월 발표한 '기후변화와 한반도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구상나무 군락은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주요 원인은 봄철 가뭄과 수분 스트레스 즉 '기후변화' 때문이다. 

2019년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전략 마련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라산세계유산본부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한라산 1700m 이하에 어린 구상나무는 거의 없고, 향후 상황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라산에서 고사한 구상나무 군락 (사진 제주특별자치도청)/뉴스펭귄
한라산에서 고사한 구상나무 군락 (사진 제주특별자치도청)/뉴스펭귄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과 가뭄에 숲이 신음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나무들이 고사하며 산사태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구상나무 군락이 자라던 지리산 천왕봉~중봉 일대에만 2019년 35건이 넘는 산사태가 발생했고 중봉~하봉과 제석봉 일대까지 사면 곳곳에 산사태가 확인됐다.

이처럼 구상나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한국 환경부의 ‘멸종위기 및 보호종 리스트’에는 빠져 있다. ‘인위적인 훼손에 의한 멸종위기종만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은 2015년부터 구상나무 보전 및 복원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와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구상나무는 발아율이 낮은 편이라 생태적 복원에 필요한 종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난 10월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하며 복원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