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패션 모두 챙기는 '업사이클링'의 미래

  • 김형수 기자
  • 2019.08.11 04:50
안쿠타 살카가 나이키 운동화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키튼힐. (안쿠타 살카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마음엔 들지 않지만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해야 의무감 때문에 재활용 제품을 쓰는 것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면서 패션도 놓치지 않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출신의 디자이너 안쿠타 살카는 낡은 나이키 운동화를 업사이클링한 키튼힐(굽이 3~5㎝ 정도인 힐)을 선보이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첨단 기술과 디자인 등을 접목시켜 높은 수준과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안쿠타 살카는 지난달 호주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집을 이사하다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운동화와 키튼힐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중 일부는 망가졌거나 너무 낡아서 다시 신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신발들을 버리자니 마음이 불편해서 신고 싶을 만한 신발로 다시 만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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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쿠다 살카는 나이키 운동화를 키튼힐로 업사이클링하면서 기존의 패션 관념을 비튼 새로운 패션 감각을 녹여냈다. 안쿠타 살카는 “운동화를 여성스럽게 또 패셔너블하게 탈바꿈시킨다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며 “운동화도 아니고 여성화도 아닌 기존의 굴레에서 벗어난 신발을 만들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버려진 현수막으로 에코백·기념품 등을 만드는 ‘터치 포 굿’, 코오롱FnC의 래코드 등이 업사이클링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 래코드는 소각 처리했던 재고 의류를 해체해 새 원단을 만들어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부아부셰 워크샵 참가자들이 래코드의 소재인 낙하산으로 만든 케이프를 입은 모습. (부아부셰 워크샵 제공)/뉴스펭귄

래코드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업사이클링 보자기를 만들거나 마감 처리 등의 문제로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질 뻔한 가방을 새로 디자인하는 ‘리테이블’ 워크숍을 열며 업사이클링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8일부터 엘리든 플레이에서 지난 2017년 생산한 의류 제품을 손지갑으로 제작해 판매하며 업사이클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를 포함해 국내에서 100여개의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정임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말 내놓은 ‘폐기물의 재탄생: 업사이클산업의 육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규모는 4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기준 연간 매출 1억원을 넘는 곳이 28.6%에 그쳤다. 반면 연간 매출이 5000만원을 밑도는 곳은 절반에 가까운 47.6%였다. 기업주가 20~30대고, 종사자 숫자가 한두명에 불과한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임 선임연구위원은 △재활용자원의 수급 및 가공을 위한 소재은행 설립 △업사이클 플랫폼 운영 및 회원제시스템 도입을 통한 운영 효율화 △이천-도자기, 파주-가구 등 소재 및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업사이클링 특화산업 육성 △대학의 디자인 관련 학과와 연계한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래코드를 총괄하는 한경애 코오롱FnC 전무는 최근 프랑스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에 참가해 한국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다면서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연구는 지구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해야할 숙제”라며 “산업적인 접근과 미학적인 접근 모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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