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피해자' 흰발농게도 공사 진동에 고통받는다

  • 이수연 기자
  • 2024.03.14 18:27
공사장 진동에 스트레스 받는 흰발농게. (사진 논문 The effect of anthropogenic substrate-borne vibrations on locomotion of the fiddler crab Austruca lactea)/뉴스펭귄
공사장 진동에 스트레스 받는 흰발농게. (사진 논문 The effect of anthropogenic substrate-borne vibrations on locomotion of the fiddler crab Austruca lactea)/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갯벌에 사는 멸종위기종 흰발농게가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진동 강도에서 고통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4일 인하대학교 해양동물학연구실에 따르면 연구진은 흰발농게가 공사장 진동과 유사한 진동 수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태원 해양과학과 교수가 책임을 맡고 주수빈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전공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해양오염학회지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먼저 한강유역청 허가를 받고 흰발농게를 포획해 진동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진동을 만드는 전기자성진동장치를 활용해 1000Hz 이하의 다양한 저주파 진동을 발생시킨 뒤 흰발농게 반응을 측정했다. 설정한 저주파 진동은 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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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약 120Hz 수준의 진동에서 흰발농게가 움직이는 시간은 짧아지고 속도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120Hz에서 이동 시간은 감소하고 120~250Hz에서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

연구진은 흰발농게가 인위적인 진동을 감지해 짧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고갈하고, 이 때문에 다시 움직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포식자에게 잡힐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해안 등에서 공사할 때 진동 교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교수는 "인간이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괴로워하는 것처럼 갯벌에 사는 생물도 서식처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 인식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음과 진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흰발농게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현재 재개발이 한창인 영종도 갯벌은 흰발농게가 200만마리 이상 서식하는 최대 서식지로 알려졌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일대 갯벌에도 흰발농게 대규모 서식지가 발견됐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내에서 발견된 수컷 흰발농게. (사진 전북녹색연합)/뉴스펭귄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내에서 발견된 수컷 흰발농게. (사진 전북녹색연합)/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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