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장면 그대로'...수만년전 멸종 흰개미 화석 발견

  • 이수연 기자
  • 2024.03.10 00:05
구애 중에 호박에 갇혀 화석이 된 고대 흰개미. (사진 PNAS - Nobuaki Mizumoto)/뉴스펭귄
구애 중에 호박에 갇혀 화석이 된 고대 흰개미. (사진 PNAS - Nobuaki Mizumoto)/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4000만년 된 호박 조각에서 흰개미 커플의 화석이 발견됐다.

오키나와 과학기술대 연구진은 3800만년 전 구애하던 중에 호박에 갇힌 흰개미 화석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5일(현지시간) 실렸다.

호박 속에 갇힌 흰개미 학명은 일렉트로터머스 아피니스(Electrotermes affinis)로, 3800만년 전에 지구상에서 멸종한 종이다. 곤충강 바퀴목 마른나무흰개미과에 속한다. 앞서 이 호박 표본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한 광산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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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화석 흰개미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흰개미가 구애하는 모습이 특이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흰개미는 구애할 수컷의 입이 암컷의 등에 접촉해 일자 모양을 이루는데, 화석에서는 암컷의 입이 수컷의 복부에 닿은 모습이었던 것.

구애 중에 호박에 갇혀 화석이 된 고대 흰개미. (사진 PNAS- Nobuaki Mizumoto)/뉴스펭귄
구애 중에 호박에 갇혀 화석이 된 고대 흰개미. (사진 PNAS- Nobuaki Mizumoto)/뉴스펭귄

화석으로 굳는 과정에서 위치가 바뀐 이유를 찾기 위해 연구진은 구애 중인 흰개미 한 쌍을 끈적끈적한 종이에 올려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수컷 흰개미는 끈적끈적한 상황에도 암컷을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도는 특성이 있어 한동안 둘의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미즈모토 노부아키 연구진은 "흰개미는 포식자를 만나면 탈출하지만, 끈적끈적한 표면에 닿으면 갇혔다고 생각해 움직이지 않는다"며 "곤충이 호박에 갇힐 때도 짝짓기 행동은 멈추고, 끈적끈적한 물질에 덮일 동안 위치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화석은 오직 흰개미 한 쌍의 모습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지닌다. 알레시 부체크 연구진은 "흰개미 화석은 수백 넘게 봤지만 쌍을 발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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