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에 울려퍼진 '에너지 독립선언서'

  • 이수연 기자
  • 2024.03.04 14:32
지난 1일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대한에너지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대한에너지독립단' 청년들. (사진 대한에너지독립단)/뉴스펭귄
지난 1일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대한에너지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대한에너지독립단' 청년들. (사진 대한에너지독립단)/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3.1절을 맞아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외치는 '대한에너지독립선언서'가 탑골공원에 울려 퍼졌다. 

지난 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3.1운동 당시 의상을 갖춰 입은 시민 3명이 에너지 독립(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한 대한에너지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삼창을 외쳤다. 이 선언서는 1919년 3월 1일에 발표한 기미독립선언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이들은 '대한에너지독립단'으로 모인 청년 이은호, 김채원, 김시현 씨다. 한국은 석유, 석탄, 원자력, 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의 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러한 에너지 문제가 이번 총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4.3%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석연료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지구가열화 주범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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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에너지독립단 소속 이은호 씨는 "과거엔 일제가 대한민국을 억압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의존 문제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지난 1일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시민에게 대한에너지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나눠주는 '대한에너지독립단' 청년들. (사진 대한에너지독립단)/뉴스펭귄(사진 대한에너지독립단)/뉴스펭귄
지난 1일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시민에게 대한에너지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나눠주는 '대한에너지독립단' 청년들. (사진 대한에너지독립단)/뉴스펭귄(사진 대한에너지독립단)/뉴스펭귄

이들은 선언서에서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이 에너지 독립국이며, 우리가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주인임을 선언한다"며 "이를 만방에 알려 우리 후손이 기후위기 앞에서 존엄한 일상을 지켜나갈 정당한 권리를 누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낡은 시대의 유물인 개발주의와 성장주의에 익숙해져 우리 민족이 90%가 넘는 에너지 수입을 당연시하고 에너지 안보가 무너진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면서 "앞으로 닥쳐올 기후재난의 위협을 막고 사라진 시대 정의를 다시 일으키려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대한 에너지 자립과 독립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든 에너지를 우리가 쓰는 새 세상을 여는 것이, 지구 온도 3도 넘게 올라가는 재앙을 피하고 행복해지는 길임이 분명하지 않은가"라며 "우리는 원래부터 가능했던 에너지 독립을 실현해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105주년을 맞은 3.1절은 1919년 3월 1일 일제 지배에 항거해 독립을 선언한 3.1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다음은 대한에너지독립선언서 전문이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이 에너지 독립국이며, 우리가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주인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이를 만방에 알려, 우리 후손이 기후위기 앞에서 존엄한 일상을 지켜나갈 정당한 권리를 누리게 할 것이다.

이 선언은 오천 년 넘게 어려운 순간마다 나라를 지켜온 모두의 힘으로 하는 것이며, 기후위기와 고된 일상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모은 것이다. 우리 민족이 다른 국가들로부터 수입해오는 에너지 종속을 끊고 자유롭게 발전하려는 것이며, 인류가 생존과 존엄을 위해 만들어가는 세계 변화의 큰 흐름에 발맞추려는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고 시대의 흐름이며, 전 인류와 지구가 함께 살아갈 정당한 권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세상 어떤 것도 우리의 에너지 자립을 가로막지 못한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개발주의와 성장주의에 익숙해져, 우리 민족이 90%가 넘는 에너지 수입을 당연시하고 에너지 안보가 무너진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권리를 잃어버리고 후손의 미래를 저당 잡힌 고통은 헤아릴 수 없으며, 태양광과 풍력 산업을 육성할 기회가 가로막힌 아픔이 얼마인가. 수도권의 막대한 에너지를 지역 곳곳이 수탈당하며 받은 아픔 또한 얼마이며, 새로운 기술과 독창성으로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함께할 기회를 잃은 것이 얼마인가.

앞으로 닥쳐올 기후 재난의 위협을 막고 사라진 시대 정의를 다시 일으키려면, 저마다 기후환경 보전을 위한 역할을 찾고 우리의 자녀 손주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행복을 주려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대한 에너지 자립과 독립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이나 미국, 유럽이 오늘날 또 역사적으로 막대한 탄소배출로 지구를 파괴해왔다고 해서 그들만을 비난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앞선 시대의 학자와 기업인, 정치가들이 우리 미래를 빼앗고 기후위기를 과소평가하며 우리의 오랜 저력과 민족의 훌륭한 잠재력을 무시해왔다고 해서, 그들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겠다.

스스로를 재촉하기에도 바쁜 우리에게는 남을 원망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지금의 잘못을 바로잡기에도 급해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질 여유도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남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낡은 생각과 낡은 세력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짧은 생각과 욕심으로 희생시킨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올바른 사회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무시해온 개발과 성장 정책과 공약이 만든 결과를 보라. 12월에 부산에 벚꽃, 창원에 개나리가 피고 폭염과 폭우로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기후위기 현실 앞에, 석탄발전소는 60곳에 달하고 LNG발전은 늘어나고 있다. 과감하게 오랜 잘못을 바로잡고, '우리가 만든 에너지 우리가 쓰는' 새 세상을 여는 것이, 지구 온도 3도 넘게 올라가는 재앙을 피하고 행복해지는 길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잘 사는 나라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신 어르신들, 자긍심을 가지고 공장에 불을 밝히고, 일터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을 억누르는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 이는 나이와 세대, 위치에 따라 서로 두려워하고 미워하게 하여 결국 모두 함께 망하는 비극으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이에 우리는 모두가 힘을 합쳐 에너지 독립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오늘 우리 대한 에너지 독립은 한국인이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것인 동시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려는 것이다. 또 기후재난으로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며,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중요한 부분인 탄소중립과 기후정의를 이룰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 에너지 독립이 어찌 사소한 '친환경' 문제인가!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석탄과 석유, 무분별한 개발이 판치는 시대가 가고, 에너지 독립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온 세상의 도리가 다시 살아나는 지금, 세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우리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가능했던 에너지 독립을 실현해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해 기후 대전환을 꿈꾸는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역량을 꽃피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 나아간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수천 년 전 조상의 영혼이 안에서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기운이 밖에서 우리를 지켜 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저 앞의 밝은 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뿐이다. 

단기 4357년 3월 1일 (갑진년 3월 1일)
대한에너지독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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