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길의 특별한 '동료애', 퇴치 어렵게 만들어

  • 남예진 기자
  • 2024.02.03 00:15
블루길은 동종 산란지 주변에 알을 낳고 함께 포식자를 경계한다. (사진 Miles Peterson 연구원 영상 캡처)/뉴스펭귄 
블루길은 동종 산란지 주변에 알을 낳고 함께 포식자를 경계한다. (사진 Miles Peterson 연구원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생태계 교란종인 블루길이 동족의 산란지를 함께 보호하며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일본 쓰쿠바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수산생물학술지 '미국 수산학회지(American Fisheries Society)'에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북미가 원산지인 블루길은 뛰어난 번식력과 환경 적응력 덕에 유럽과 남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블루길은 플랑크톤, 곤충, 갑각류, 토착 민물 어류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워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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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선 블루길 퇴치 방안을 모색 중이며, 더 나아가 포획한 블루길의 경우 재방류를 금지한다.

쏘가리, 가물치와 같은 민물 어류부터 수달, 왜가리, 독수리 심지어 인간까지 나서서 블루길을 사냥하는데도 블루길이 이토록 환경에 잘 적응한 까닭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블루길이 동종과 인접한 곳에 산란지를 마련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일본 노지리 호수에 서식 중인 블루길의 번식 전략을 면밀히 살폈다.

블루길의 산란지 65%는 동종의 산란지 주변에 분포했고, 드물게 35%는 다른 산란지와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지극정성으로 알을 돌보는 수컷 블루길. (영상 Miles Peterson 연구원)

각 산란지에는 수컷 블루길이 머물며 포식자를 쫓아내 알을 보호한다. 또 꼬리지느러미로 알 표면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고, 물을 순환시켜 산소 공급을 돕는 등 지극정성으로 알을 돌본다.

이때 연구진은 산란지에서 수컷 블루길을 제거한 후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하고자 산란지 주변에 머무는 블루길을 제거한 후 30분간 관찰했다.

왼쪽은 산란지를 지키는 수컷 블루길이 있을 때, 오른쪽은 산란지를 지키는 수컷 블루길이 없을 때 알을 노리고 접근한 포식자 비율을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작은입우럭(SMB), 큰입우럭(LMB), 황어(Dace), 블루길 등이 알을 노렸지만, 포식자 대다수는 블루길로 파악된다. 즉 동족을 제외하고는 큰 위협이 되는 어종이 없는 상황인 것. (사진 쓰쿠바저널 보도자료)/뉴스펭귄
왼쪽은 산란지를 지키는 수컷 블루길이 있을 때, 오른쪽은 산란지를 지키는 수컷 블루길이 없을 때 알을 노리고 접근한 포식자 비율을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작은입우럭(SMB), 큰입우럭(LMB), 황어(Dace), 블루길 등이 알을 노렸지만, 포식자 대다수는 블루길로 파악된다. 즉 동족을 제외하고는 큰 위협이 되는 어종이 없는 상황인 것. (사진 쓰쿠바저널 보도자료)/뉴스펭귄

그 결과 총 4종의 알 포식자 105마리가 블루길의 산란지에 접근했다. 다만 93.3%가 동종인 블루길로 토종어류에 의한 알 포식 활동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심지어 인근에 동종의 산란지가 있으면, 각 산란지의 수컷들이 포식자를 내쫓기 때문에 방치된 상태에서도 포식자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즉 블루길은 집단 산란지에서 서로의 알을 지켜주며 포식자로부터 알을 보호할 수 있고, 이는 서식지 내 빠른 정착을 촉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블루길의 산란 전략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퇴치방안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산란지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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