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죽이는 성분이 하늘에서 내리는 '이곳'

  • 남예진 기자
  • 2023.12.21 17:57
스발바르 제도에서 눈을 채취하는 연구진. (사진 Ca' Foscari University of Venice F. Scoto)/뉴스펭귄
스발바르 제도에서 눈을 채취하는 연구진. (사진 Ca' Foscari University of Venice F. Scoto)/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고 알려진 선크림 성분이 대기를 통해 북극까지 날아간 증거가 발견됐다.

이탈리아 카 포스카리 베네치아대학교 연구진은 북극 스발바르제도 빙하에서 자외선 차단제 성분을 검출했다고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용·위생용품 속 화학성분이 북극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북극 스발바르제도 뉘올레순 마을을 중심으로 빙하 5곳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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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마을 주변부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4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방향제와 자외선 차단제, 산화제, 환경호르몬 등이 검출됐다.

유기자차 선크림에 포함된 벤조페논-3 등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유기자차 선크림에 포함된 벤조페논-3 등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특히 벤조페논-3, 옥토크릴렌, 에틸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 에틸헥실살리실레이트 등 자외선차단 물질은 눈 속에서도 발견됐다. 주저자인 마리안나 드미코 박사과정 학생은 "자외선차단 물질이 북극의 눈 속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눈 속 자외선차단 물질은 겨울철에 가장 농도가 높았다.

공동 저자인 마르코 베키아토 연구원은 "겨울철 북극은 극야현상으로 해가 뜨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이번 조사지역 마을 주민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이 물질들은 주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저위도 지역에서 대기를 통해 긴 거리를 날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외선 차단제에 가장 흔히 쓰이는 옥토크릴렌과 벤제페논-3는 고도가 높을수록 농도가 높았다. 이는 대기순환을 통해 북극에 유입된 만큼 고도가 높을수록 축적되기 쉽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눈 속 화학물질의 농도가 겨울철에 가장 높은 이유에 대해 거듭되는 강설을 꼽았다.

겨울이 끝나면 유라시아의 오염된 기단이 북극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지만, 눈과 빙하가 녹아 화학물질이 다른 곳으로 유출될 수 있다. 반면 가을과 겨울에는 강설현상을 통해 화학물질이 눈과 함께 축적되므로 농도가 높아진다는 것.

연구진은 "벤조페논-3등은 산호를 백화 시킬 뿐 아니라, 수중생물의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등 생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북극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이런 오염원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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