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 가면 바다도 있고, '붉은정강이두크'도 있고

  • 이후림 기자
  • 2023.12.24 00:05
베트남 다낭.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베트남 다낭.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인구 약 120만명이 거주하는 베트남 다낭은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여행지다.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거의 모든 지역이 개발됐지만 훼손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낸 곳도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원숭이산'이라고도 불리는 선짜반도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전세계 단 2000마리에 불과한 붉은정강이두크가 살고 있다. 붉은정강이두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야생절멸 직전 단계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에 등재된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수많은 개발 사이에서 살아남은 이곳은 붉은정강이두크의 마지막 피난처로 알려져 있다. 좁은 거주지로 쫓겨난 이들은 오늘날 라오스 일부 지역과 베트남의 고립된 두 집단에서만 발견된다.

2016년 개발자들이 보호구역 내에 해변리조트 여러 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 측 항의로 무산됐다. 이곳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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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정강이두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붉은정강이두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붉은정강이두크는 다른 원숭이들과 다르게 사람을 멀리한다. 먹을 것을 보여줘도 절대 다가오지 않는다. 인간이 이들 신체 일부를 고기와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수십 년간 사냥한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붉은정강이두크는 서식지 분열로 엄청난 개체수 감소를 겪은 종이기도 하다. 다낭이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서식지였던 자생림 대부분을 잃은 탓이다.

 

도시의 적응자
도시의 회피자

붉은정강이두크. (사진 Bjørn Christian Tørrissen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붉은정강이두크. (사진 Bjørn Christian Tørrissen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미국 다큐멘터리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처럼 도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점점 더 좁고 고립된 장소로 밀려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예일대학교 생태학자 로한 심킨 박사는 "붉은정강이두크처럼 상태적으로 넓고 온전한 자연환경을 필요로 하는 종은 사라질 것이며 도시에서 번성하는 토착종과 외래종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의 적응자'보다 '회피자'가 더 많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지구상 생물종 최소 50%가 서식하는 열대림과 원시림 약 절반이 사라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쥐와 같은 소형동물을 비롯해 사슴, 코요테 등 도시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종이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도시의 회피자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플로리다퓨마를 꼽았다. 플로리다퓨마는 도시화로 인해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받고 있으며 야생에는 약 130마리가 남았다.

 

노력하면 지킨다

붉은정강이두크. (사진 Hà Nghĩa VN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붉은정강이두크. (사진 Hà Nghĩa VN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붉은정강이두크. (사진 Art G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붉은정강이두크. (사진 Art G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주민들을 비롯한 환경단체는 선짜반도에 붉은정강이두크라는 긴꼬리원숭이가 살고 있고 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사람과 야생동물을 연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생태관광'이다. 생태관광은 생태계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관광하자는 취지로 '책임있는 여행'을 말한다.

붉은정강이두크는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 아닐뿐더러 일반적으로 나무 위에 머물면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익숙해질 위험은 극히 적다고 알려졌다.

이로 인한 긍정적인 성과 역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017년 1300마리였던 붉은정강이두크는 최근 조사에서 2000마리 이상으로 조사됐다.

지역 생물다양성보존센터 '그린비엣' 환경운동가 황반창(Hoang Van Chuong)은 "붉은정강이두크의 개체수 증가는 선짜반도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한다면 충분히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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