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한글로 그린 멸종위기종

  • 이후림 기자
  • 2023.11.19 00:05
(그래픽 본사DB,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그래픽 본사DB,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한글로 한땀한땀 그린 멸종위기종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할머니가 생일선물로 준 동물 모형에 흠뻑 빠진 한 꼬마아이는 동물 백과사전을 탐독하며 동물들의 다양한 생김새와 특징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 사랑은 변하지 않았죠. 그리고 숨을 쉬고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을 위해 세상을 향해 외칩니다. "아직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은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함께 살아야 할 친구들이 많다"고, 절대 그 친구들을 떠나보내선 안 된다!"고 말이죠.

'기록하면 기억할 수 있다. 기록하면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한글로 한땀한땀 멸종위기종을 그리는 진관우 작가의 이야깁니다. 진관우 작가가 아름다운 한글로 표현한 아시아와 유럽의 멸종위기 동물들, 함께 만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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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사는 사람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인도네시아어로 '오랑'은 '사람'을 의미하고 '우탄'은 '숲'을 의미하는 'hutan'에서 파생됐습니다. 오랑우탄이란 이름을 그대로 직역하면 '숲에 사는 사람'인 셈이죠. 오랑우탄은 보르네오오랑우탄, 수마트라오랑우탄, 타파눌리오랑우탄이 존재하는데, 이 3종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 직전인 '위급' 단계로 분류돼 있습니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은 과일이 많은 열대우림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데요. 과일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특히 냄새가 지독한 두리안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오랑우탄의 똥은 세상에서 가장 냄새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해요. 이것 말고도 오랑우탄의 식단은 아주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가끔 흙도 먹습니다. 흙을 먹으면 평소에 즐겨먹는 씨앗과 과일의 독성 중 하나인 '탄닌'과 '과일의 산'을 중화하고, 무기염류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우리나라에서 '유해동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름, 바로 고라니죠. 고라니는 우리나라에만 약 50~60만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렇게나 흔한 고라니가 사실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란 사실, 알고 계신가요? 고라니는 IUCN 적색목록에 '취약' 단계로 등재된 멸종위기종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돼 수렵이나 포획이 허용됩니다. 한국에는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천적이 없을뿐더러 고라니의 경우 다른 사슴들보다 번식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고라니는 전세계 존재하는 개체수 90% 가량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해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국내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전세계에서도 절멸을 피할 수 없게 되죠.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동물이 그 지역에서 모두 사라진다는 것은 곧 지구상 멸종을 뜻하니까요. 그래서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종이자 포식자인 반달가슴곰, 여우 등이 돌아오면 고라니의 개체수는 자연스럽게 줄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한때 세계에서 가장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고양이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긴 수염과 몸에 있는 작은 반점들, 민첩한 몸과 유연한 관절이 특징인 이 동물은 '이베리아스라소니'입니다.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스페인 남서부 좁은 두 지역에서만 발견됩니다. 한때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 200마리도 채 생존하지 않아 고양잇과 동물 중 멸종위기 상태가 가장 심각하다고 알려졌었죠. 실제 1985년에서 2001년 사이 개체수 약 87%가 감소했고, 번식하는 암컷의 수는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베리아스라소니의 악몽은 주요 서식처였던 관목지들이 대부분 농업과 농장 등으로 개간되면서 시작됐어요. 밀렵과 댐, 고속도로, 철도 건설 등 인간활동이 이들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개체수를 감소시킨 것이죠. 불행 중 다행인 건 최근 들어 서식지 확보 등 복원 노력으로 인해 이베리아스라소니 개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스페인과 유럽연합의 공조와 노력이 지속된다면 2040년에는 이베리아스라소니가 멸종 위험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지워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가는 수많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의 친구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 존재는 우리 마음 속에서 지워져 버리죠. 하지만 잊히고 사라진 존재와 나의 삶이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이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알아야겠죠. 오늘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둘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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