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을라' 따오기와 함께 하늘을 나는 생물학자

  • 이수연 기자
  • 2023.11.06 13:54
붉은뺨따오기와 함께 비행하는 생물학자 요하네스 프리츠.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붉은뺨따오기와 함께 비행하는 생물학자 요하네스 프리츠.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야생 방사한 철새 붉은뺨따오기의 첫 장거리 비행을 도우려 직접 하늘 위에서 길을 안내하는 생물학자의 노력이 뭉클함을 자아냈다.

오스트리아 생물학자 요하네스 프리츠는 새끼 붉은뺨따오기 35마리가 독일에서 인간과 함께 6주간 비행한 끝에 스페인에 도착했다고 지난달 5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리츠 박사는 붉은뺨따오기의 멸종을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야생 방사한 붉은뺨따오기의 장거리 비행을 이끄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철새들은 어미가 이동 경로를 알려줄 수 없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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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럽에서 자취를 감춘 붉은뺨따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EN, Endangered)'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프리츠 박사는 철새들이 따라올 정도로 느리게 순항하기 위해 초경량 항공기를 수리하고, 장거리 비행에 함께할 과학자 팀원들을 모집했다. 현재 15회차에 접어든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야생 방사한 붉은뺨따오기 277마리의 첫 장거리 비행을 도왔다.

붉은뺨따오기와 비행 훈련을 진행하는 팀원들.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붉은뺨따오기와 비행 훈련을 진행하는 팀원들.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이 프로젝트는 매년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붉은뺨따오기 일부를 전문사육센터로 옮기면서 시작된다. 이때 붉은뺨따오기들은 오직 정해진 양육자 몇 명과 교감할 수 있다.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른 팀원과는 접촉하지 못한다. 이 양육자들은 앞으로 붉은뺨따오기와 하늘 위에서 장거리 비행을 함께한다. 

양육자들은 붉은뺨따오기가 비행할 때 멀리서도 자신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평소 새들을 만날 때 항상 노란색 옷을 입는다. 비행할 때 초경량 항공기에 설치하는 낙하산도 노란색이다. 

장거리 비행을 앞둔 붉은뺨따오기는 6월 초 양육자가 조종하는 항공기를 따라가는 훈련을 시작한다. 마치 진짜 어미와 새끼의 관계처럼 애착을 형성한 덕분에 새들은 기꺼이 시끄러운 항공기 소리에 적응하며 훈련을 이어간다.

야생 방사 후 첫 장거리 비행에 나선 붉은뺨따오기.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야생 방사 후 첫 장거리 비행에 나선 붉은뺨따오기.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8월 초 붉은뺨따오기는 프리츠 박사와 팀원들과 장거리 비행에 나선다. 그러나 최근엔 지구가열화로 가을이 따뜻해지면서 붉은뺨따오기가 이동하는 시기가 늦어졌고, 이후 알프스를 지날 때면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 새들의 안전이 우려됐다.

이에 프리츠 박사는 올해 비행에서는 알프스를 횡단하는 대신 우회하기로 했다. 붉은뺨따오기와 팀원들은 평소보다 3배 길어진 2500마일을 함께 비행해 스페인 헤레스에 도착했다.

프리츠 박사는 "함께 출발한 35마리 중 3마리는 중간에 사라졌지만 32마리는 무사히 도착해 친구들을 만났다"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이 경로를 따라 인간 주도의 철새 비행을 완료했다"며 장거리 비행에 참여한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휴식 중인 붉은뺨따오기.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휴식 중인 붉은뺨따오기. (사진 waldrappteam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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