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한입①] 다랑어도 기뻐할 '참치 없는' 참치 크레이프

  • 남예진 기자
  • 2023.11.05 00:20

[비건한입] 시리즈는 색다른 요리를 즐겨보고 싶은 비건과 비건 식품 도전을 주저하는 논비건에게 새로운 비건 음식을 '한입' 권하는 비정기 연재물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식물성 대체식품과 제철 채소, 그리고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건 음식을 소개하며 비건의 문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오늘 소개해 볼 요리는 '참치 없는 참치 크레이프'다.

3가지 제품 중 알티스트의 제품이 가장 좋은 평을 얻었다. (사진 이후림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식물성 참치, 과연 진짜 참치만큼 맛있을까?

자취생에게 있어 통조림이란 떼어낼 수 없는 물건이다. 그중에서도 참치 통조림은 별도의 조리 과정이 필요 없고, 한식부터 양식까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자취생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제품이다.

이러한 인기 덕분에 한국의 참치 통조림 소비량은 아시아 1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뜨거운 애정의 뒷면은 어둡기 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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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업을 통해 포획되는 다랑어 일부는 지나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될 정도다.

왼쪽부터 가다랑어, 날개다랑어, 황다랑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가다랑어와 날개다랑어는 최소관심(Least Concern, LC)으로 황다랑어는 준위협(Near Threatened, NT)종으로 등재돼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flickr Elias Levy)/뉴스펭귄
왼쪽부터 가다랑어, 날개다랑어, 황다랑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가다랑어와 날개다랑어는 최소관심(Least Concern, LC)으로 황다랑어는 준위협(Near Threatened, NT)종으로 등재돼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flickr Elias Levy)/뉴스펭귄

일각에선 참치 통조림에는 멸종위기종이 아닌 가다랑어, 날개다랑어, 황다랑어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들을 포획하기 위한 집어장치(FAD)에 바다거북, 돌고래, 상어 등 멸종위기종이 혼획돼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어획 후 버려지는 폐그물로 인한 환경피해도 적지 않다. 또 대형어류인 다랑어의 체내에는 중금속과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므로, 이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과 건강을 위해 참치 소비를 자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기업측에서도 소비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식물성 참치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된 식물성 참치 3종으로 요리해봤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이에 기자는 국내기업에서 출시한 식물성 참치를 활용해 요리를 만든 후, 비건지향인과 논비건인으로 이뤄진 뉴스펭귄 기자들과 비건 참치에 대한 소감을 나눠봤다.

오늘 만들어 볼 요리는 기자가 어릴 적 즐겨먹던 '참치 크레이프'다. 본래 크레이프 반죽에는 계란과 버터, 우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논비건이지만, 식물성 참치를 활용하는 만큼 비건식으로 만들기 위해 대체란과 식용유, 대체유를 사용했다. 재료와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재료 목록]

참치 없는 참치 크레이프에 사용된 재료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크레이프 반죽: △밀가루 130g △소금 △대체란 가루 2Tbsp △물 60ml △식용유 30ml △대체유 300ml

속 재료: △식물성 참치 통조림 3통 △양배추 1/4통 △파프리카 1개 △후추 △소이마요 △식초 △설탕

 

[요리 과정]

 

(1) 믹싱볼에 밀가루와 소금을 넣은 후, 대체란과 식용유를 넣고 함께 섞어 준다.

(2) 재료들이 혼합됐다면, 두유나 오트유 등의 대체유를 3~4번에 걸쳐 조금씩 혼합한다. 이후 반죽을 30분 이상 휴지시킨다.

(3) 반죽을 휴지할 동안 채소를 얇게 채 썬다. 양배추 외에도 파프리카, 상추, 오이 등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도 어울린다.

(4) 채 썬 양배추에 소금 한 꼬집, 설탕 2.5스푼, 식초 4스푼을 넣고 절여둔다. 해당 과정은 생략해도 무관하다.

(5) 양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프라이팬을 중불로 예열한 후 팬에 식용유를 얇게 발라준다. 이후 반죽을 팬 전체에 골고루 붓는다.

(6) 중불에서 반죽을 천천히 익힌 후, 반죽 윗부분이 완전히 익었다면 팬에서 꺼내 살짝 식힌다.

(7) 식힌 반죽 위에 채소를 올리고, 소이마요를 뿌린다. 이때 와사비, 머스타드, 스리라차 등을 마요네즈와 곁들여도 좋다.

(8) 소이마요 위에 식물성 참치를 얹고, 후추를 뿌린다.

(9) 모든 재료를 올린 후 김밥처럼 말아주면 완성.

참치없는 참치 크레이프 완성. 크레이프 반죽도 비건으로 만들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참치없는 참치 크레이프 완성. 크레이프 반죽도 비건으로 만들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해당 레시피를 따라 만들 경우 약 8개의 크레이프를 만들 수 있다. 만약 크레이프 반죽을 만드는 게 번거롭다면, 토르티야나 월남쌈을 활용해 조금 다른 형태로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이렇게 만들어 낸 참치 없는 참치 크레이프의 맛은 과연 어떨까? 뉴스펭귄 기자들과 함께 크레이프를 먹어보고, 식물성 참치의 특징과 가장 맛있었던 제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후기]

왼쪽부터 오뚜기의 언튜나, 동원참치의 마이플랜트, 알티스트의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참치 크레이프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오뚜기의 언튜나, 동원참치의 마이플랜트, 알티스트의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참치 크레이프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 우선 조리 과정에서 알티스트의 식물성 참치는 일반 참치와 무척 비슷했지만, 오뚜기와 동원 제품은 조금 더 덩어리진 것처럼 보였다.

모든 제품에서 콩 특유의 향이 느껴졌으며, 오뚜기와 동원 제품은 일반 참치에 비해 약간 물컹거리는 듯했다. 바질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질맛인 오뚜기 제품을 기대했지만 바질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크레이프에 오뚜기의 소이마요를 활용한 만큼, 오뚜기 제품이 가장 맛있을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맛 부문에선 알티스트와 동원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참치와 가장 비슷한 것은 알티스트 제품같다.

이수연 기자 = 전반적으로 일반 참치와 비교했을 때 뭉친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참치와 콩고기의 중간 맛이 난다. 평소 참치통조림을 다른 재료와 섞어 먹는 편이라 콩고기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동원 참치가 그냥 일반 참치와 가장 비슷한 것 같다. 명절 선물로 들어온 참치통조림을 개봉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는데, 식물성 참치는 떳떳하게 먹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크레이프의 단면. 동료 기자들은 스리라차 소스를 곁들여도 맛있다고 평가했다. (사진 이수연 기자,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크레이프의 단면. 동료 기자들은 스리라차 소스를 곁들여도 맛있다고 평가했다. (사진 이수연 기자,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 눈을 감고 먹으면 진짜 참치랑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향이나 맛에서 큰 차이를 못 느꼈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고 하면 식감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콩고기 맛이 느껴졌는데, 가장 맛있는 걸 고르면 알티스트의 식물성 참치를 고를 것 같다.

이후림 기자 = 셋 중에서는 오뚜기가 익혀서 으깬 콩 같은 느낌도 들고, 향도 강해서 참치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식감 자체가 부드럽고 좋다. 멕시칸 음식에 어울릴 것 같다.

이 중 가장 맛있는 것을 고르자면 참치와 유사성이 큰 알티스트 제품을 고를 것 같다. 눈을 감고 먹었으면 참치라고 믿었을 것이다.

솔직히 비건 음식과 그다지 친하진 않은데 참치 없는 참치 크레이프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크레이프 반죽도 아주 훌륭했다.

크레이프를 먹고 있는 남예진 기자.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크레이프를 먹고 있는 남예진 기자.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종합하면 기자들은 3가지 제품 중에서 '알티스트'의 식물성 참치가 맛과 향, 식감 부문에서 일반 참치와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제품들의 공통점으로는 전반적으로 식감이 물컹거리고 콩고기 특유의 향이 있다고 말했는데, 보통 참치통조림을 향이 강한 소스나 다른 식재료와 함께 섭취하므로 향의 거부감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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