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남극 빙붕 40% 이상 줄어…"회복 기미 없다"

  • 남예진 기자
  • 2023.10.16 15:00
빙붕은 빙하가 해양으로 유입되지 않게 막아준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빙붕은 빙하가 해양으로 유입되지 않게 막아준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남극 '빙붕'의 부피가 40% 이상 감소하면서, 남극 생태계와 저층수 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빙붕은 육지를 뒤덮고 있던 얼음이 빙하를 따라 흘러내려 해수면 위에 얼어붙은 것으로 빙하와 바다의 경계선에 놓여있다. 이렇게 생성된 빙붕은 수백에서 수천 미터에 달하는 두께를 자랑하며, 빙하가 해양으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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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주변 수온을 보여주는 지도. 서쪽은 난류로 인해 온도가 높아 빙붕을 녹일 수 있으며, 동쪽은 주변보다 차가운 한류가 지나가기 때문에 빙붕의 크기가 유지되거나, 더 커지기도 한다. (사진 리즈대학교 벤자민 데이비슨)/뉴스펭귄
남극 주변 수온을 보여주는 지도. 서쪽은 난류로 인해 온도가 높아 빙붕을 녹일 수 있으며, 동쪽은 주변보다 차가운 한류가 지나가기 때문에 빙붕의 크기가 유지되거나, 더 커지기도 한다. (사진 리즈대학교 벤자민 데이비슨)/뉴스펭귄

그런데 1997~2021년 사이 남극 대륙에서 약 7조 5000억톤에 달하는 빙붕이 사라졌다. 동쪽에서 얼음 약 59조톤이 생성됐지만, 서대륙에선 그보다 많은 약 67조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남극반도, 아문센해, 벨링스하우젠해 연안과 동부의 윌크스랜드, 빅토리아랜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연구진은 손실된 빙붕의 68%가 빙산의 붕괴가 아닌 용융에 의해 사라진 만큼, 빙붕 손실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했다.

지난 25년간 남극 빙붕의 변화를 요약한 영상. (영상 리즈대학교)

주 저자인 벤자민 데이비슨 박사는 "일시적으로 빙붕이 감소하더라도 천천히 회복세에 돌입해 평소와 같은 순환 주기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러나 빙붕의 40%가 회복될 기미 없이 계속해서 줄어들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빙붕이 계속해서 감소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데이비슨 박사는 "남극 주변의 해수 온도와 해류에 악영향이 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 보고서는 지난 25년간 빙붕과 빙하가 감소하면서 담수 약 67조톤이 해양에 방출됐다고 추정했는데, 이는 저층수 순환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통 겨울철에는 해수면 온도는 낮아지고 밀도는 높아진다. 이때 밀도가 높아진 물이 탄소와 열과 함께 가라앉고, 영양염류가 풍부한 심해 4000m 부근의 저층수가 상승하며 순환이 발생한다.

다만 빙하와 빙붕 용융으로 생성된 담수가 해양에 유입되면, 해수면의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저층수 순환이 활발히 일어날 수 없게 된다.

공동 저자인 안나 호그 교수는 "지금껏 빙붕이 주기적으로 감소와 증가 추세를 겪는다고 여겨왔지만, 용융과 붕괴로 인해 꾸준히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과 25년 만에 빙붕 162개 중 48개가 질량의 30%를 잃었다"며 "이는 남극대륙의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3월 호주 캔버라대학교 연구진도 과도한 탄소 배출로 인해 2050년까지 저층수 순환 속도가 42%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연구진은 "빙붕의 감소가 단순히 남극 생태계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닌, 지구의 해양 순환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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