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록 식물 77% 멸종위기…의약품 미래 적신호

  • 남예진 기자
  • 2023.10.11 17:59
의약품 대다수는 식물 성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의약품 대다수는 식물 성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기후위기와 삼림벌채 등에 의해 수많은 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의약품 생산에도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큐왕립식물원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3 전세계 식물과 균류 상태(2023 State of the World's Plants and Fungi)' 보고서를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후위기와 서식지 파괴로 난초과, 후추과, 파인애플과, 천남성과 등에 속한 화초 약 10만 종이 멸종 위협에 노출됐을 뿐 아니라, 미기록종 77%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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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 발견됐을수록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데, 서식지가 한정적이거나 댐 건설 등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피해를 정량하기는 어렵지만, 기후위기 역시 식물의 멸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인 탓에 미기록종 59%는 '위기(Endangered, EN)', 24.2%는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연구진은 "학계에 처음 기술되는 종들을 멸종위기종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난초과의 보춘화, 후추과의 후추, 천남성과의 창포, 파인애플과의 린드마니아 나비오이데스(Lindmania navioides).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난초과의 보춘화, 후추과의 후추, 천남성과의 창포, 파인애플과의 린드마니아 나비오이데스(Lindmania navioides).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문제는 식물과 균류가 음식, 의약품,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존과학분석가인 마틸다 브라운 박사는 "의약품 10개 중 9개가 식물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향후 의약품 45%를 잃을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인류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멸종위기에 처한 종 중 일부는 아직 활용법을 찾지 못한 것일 수 있다"며 " 암 치료제, 기아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종들이 멸종함으로써 연구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종은 2022년 학계에 보고된 신종으로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이름을 따 여왕고슴도치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 큐왕립식물원 G. Kibby)/뉴스펭귄
해당 종은 2022년 학계에 보고된 신종으로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이름을 따 여왕고슴도치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 큐왕립식물원 G. Kibby)/뉴스펭귄

균류가 처한 상황도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구상에 균류 약 250만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공식적으로 분류된 건 15만 5000종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미기록종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 속도라면 모든 균류를 분류하기까지 750~1000년 정도 소요될 수 있다. DNA 염기서열 분석과 분자학 연구를 통해 분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큐왕립식물원의 과학과장 알렉상드르 안토넬리 교수는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지구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동물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식물과 균류도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식물과 균류는 인간 활동 전반에 초석을 제공하는 만큼, 이들 서식지 역시 보호구역 지정 시 고려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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