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서 반바지 입고 활보...평년보다 39℃ 상승했다

  • 남예진 기자
  • 2023.09.26 17:57
남극의 빙산. (사진 flickr Liam Quinn)
남극의 빙산. (사진 flickr - Liam Quinn)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한랭건조한 남극에서 기후위기와 제트기류 왜곡으로 평년보다 39℃ 높은 기온이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남극에서 역대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다고 미국 지구물리학회보(AGU)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지역인 남극은 일조량이 적지만 복사 에너지 반사율은 높다. 남극 주변의 기류 때문에 북쪽의 공기와 차단돼 한랭건조한 기후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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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해 2월 해빙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3월 동부 해안 지역에서는 비현실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남극 동부 해안지역의 3월 중순 평균 기온은 영하 54℃지만, 당시 남극은 불과 4일만에 39℃에 달하는 기온 변화가 발생했다.

이는 3월 최고 기온으로 기록된 것보다 16℃ 높은 것으로, 주 저자인 블랜처드-리글워스 부교수는 "남극의 일조량이 적은 시기에 이 정도 규모의 폭염이 발생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반바지와 셔츠 차림으로 남극을 활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관측 이래 가장 극심한 폭염이 남극에서 발생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남극 주변 제트기류에 생긴 이상 때문임을 밝혀냈다.

2023년 9월 26일 남극 주변의 제트기류 흐름.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 하부에서  (사진 Netweather 캡처)/뉴스펭귄
2023년 9월 26일 남극 주변의 제트기류 흐름.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 하부에 형성된 공기의 흐름으로, 남극 제트기류는 남극의 한랭한 기온에도 영향을 준다. (사진 Netweather 캡처)/뉴스펭귄

보통 남극의 제트기류는 서에서 동으로 순환하며, 남극을 주변 지역으로부터 격리해 낮은 기온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지난 6월 미국과 멕시코에서 발생한 폭염처럼 제트기류가 왜곡되면서 호주 남부의 따뜻한 공기가 단 4일 만에 남극 동부 지역까지 도달했다.

이때 남극에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는 폭염으로 이어졌다. 동부 해안 지역 내 빙상을 빠르게 용융시키고, 강수 현상을 잦아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해당 현상이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 일은 아니다"라며 "고위도에선 종종 제트기류 이상으로 온도 변화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남극에 발생한 폭염을 2℃ 악화시켰으며, 2096년에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경우 기온을 6℃ 더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블랜처드-리글워스 부교수는 "여기에 5~6℃만 더 높아져도 빙상은 녹는 점에 다다를 것"이라며 "50~100년 안에 폭염의 빈도가 잦아진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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