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혀'… 독사물뱀이 사냥감 뱉으려 한 이유는?

  • 남예진 기자
  • 2023.09.22 16:55
외래침입종인 러프민물농어를 삼키는 독사물뱀. 삼키는 과정에서 러프민물농어의 가시가 식도에 박히고 말았다. (사진 The introduced Ruffe, Gymnocephalus cernua (Linnaeus, 1758), a new potential threat to fish-eating snakes in Western Europe 논문)/뉴스펭귄
외래침입종인 러프민물농어를 삼키는 독사물뱀. 삼키는 과정에서 러프민물농어의 가시가 식도에 박히고 말았다. (사진 The introduced Ruffe, Gymnocephalus cernua (Linnaeus, 1758), a new potential threat to fish-eating snakes in Western Europe 논문)/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외래침입종의 확산이 토착종을 사냥하는 생물들에게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조류보호협회 연구진은 외래침입종의 확산이 뱀의 개체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온라인 학술 저널 파충류학 노트(Herpetology Notes)에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외래침입종인 러프민물농어를 삼키는 독사물뱀. (사진 The introduced Ruffe, Gymnocephalus cernua (Linnaeus, 1758), a new potential threat to fish-eating snakes in Western Europe 논문)/뉴스펭귄
외래침입종인 러프민물농어를 삼키는 독사물뱀. (사진 The introduced Ruffe, Gymnocephalus cernua (Linnaeus, 1758), a new potential threat to fish-eating snakes in Western Europe 논문)/뉴스펭귄

연구진은 프랑스 라크 드 카르메스 호수에서 반수생 생물인 독사물뱀(Natrix maura)이 머리만 한 크기의 먹잇감을 삼키다 괴로워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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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독사물뱀이 너무 큰 먹잇감을 탐내다 음식을 삼키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뱀은 독특한 턱 구조를 가지고 있어 머리보다 큰 사냥감도 쉽게 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독사물뱀이 삼키던 러프민물농어.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다. 등지느러미가 가시형태로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The introduced Ruffe, Gymnocephalus cernua (Linnaeus, 1758), a new potential threat to fish-eating snakes in Western Europe 논문)/뉴스펭귄
독사물뱀이 삼키던 러프민물농어.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다. 등지느러미가 가시형태로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The introduced Ruffe, Gymnocephalus cernua (Linnaeus, 1758), a new potential threat to fish-eating snakes in Western Europe 논문)/뉴스펭귄

그렇다면 독사물뱀은 왜 괴로움에 경련까지 일으켰을까? 아시아 북부와 유럽 온대지역에 서식하는 '러프민물농어(Gymnocephalus cernua)'를 삼키려 들었기 때문이다.

러프민물농어는 엄청난 번식 속도로 미국 오대호, 프랑스, 영국 등에서 외래침입종으로 자리 잡은 어류다. 단단하고 가시 같은 등지느러미가 발달한 탓에 많은 포식자들이 섭식에 어려움을 겪는다.

당시 독사물뱀도 러프민물농어의 등지느러미 가시가 식도에 박히면서 통증에 먹잇감을 다시 뱉어내려 한 것이다. 이후 전문가 도움으로 독사물뱀 식도에 박힌 가시는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대부분 뱀은 가시나 지느러미 등에 상처를 입어도 생존에 지장이 없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조치하지 않았다면 독사물뱀의 생존이 불확실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어류를 사냥하는 뱀 중 먹잇감의 지느러미, 척추 등이 식도에 걸려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26%에 달한다"며 "뱀이 외래침입종을 사냥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면서 뱀의 사망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래침입종에 의한 사망률 증가는 향후 종 개체수를 위협할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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