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아닌 숲쟁이' 네가 궁금해, 미니미 박쥐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9월의 '내 사랑 멸종위기종'이 공개됐다.

멸종·기후위기 뉴스미디어 뉴스펭귄은 15일 '내가 사랑하는 이달의 멸종위기종'(이하 '내 사랑 멸종위기종')으로 작은관코박쥐를 선정해 발표했다. 

작은관코박쥐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소형박쥐이며 몸크기는 평균 4.5cm, 몸무게는 7g 이하다. 골프공보다도 작은 몸집으로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다.

이 박쥐는 한국에서 서식이 확인된 지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은 희귀종이므로 국내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1959년 이후 무려 50년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11년 다시 포착됐다. 매우 적은 수만이 한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작은관코박쥐는 여느 박쥐들처럼 동굴에서 활동하지 않아 발견이 더욱 어려웠다. 이 박쥐는 동굴이 아닌 울창한 숲의 나무 구멍이나 나무껍질 틈, 쓰러진 나무나 낙엽 아래, 바위더미 틈, 오래된 창고 등을 은신처 삼아 살아간다.

관코박쥐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작고 옅은 갈색을 띤다. 코가 튜브 모양으로 돌출돼 있고 꼬리비막 주위에 털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은관코박쥐를 비롯한 박쥐는 각종 혐오의 대상이 된 탓에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박쥐를 바이러스 숙주로 각인시켜 혐오감 조성에 한몫했다.

실제로 박쥐는 세간에 만연해있는 오해와 다르게 질병매개 해충의 개체수를 조절함으로써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없이 부족한 생태정보와 보호 인식으로 인해 멸종위기종 지정 논의조차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이처럼 박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현저히 낮은 가운데 뉴스펭귄은 지난해 7월 기획기사 <골프공보다 작은 숲의 요정, 작은관코박쥐>를 통해 이 박쥐에 대해 집중 취재한 바 있다. 해당 기사는 베일에 싸여있던 작은관코박쥐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내 사랑 멸종위기종'은 독자들과 함께 전개하는 멸종저항 액션 프로젝트다.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민들의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멸종위기종을 친구 또는 연인처럼 아끼고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국민들이 멸종위기종을 늘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미술작품(그림)으로 제작해 공개한다. 한글로 멸종위기종을 그리는 '숨탄것들' 진관우 작가가 작은관코박쥐를 독특한 화법으로 그려 제공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작은관코박쥐'라는 글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작은관코박쥐 작품은 뉴스펭귄과 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주관하는 테크미디어 기업 퍼블리시가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발행한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는 작은관코박쥐 NFT를 무료로 증정한다. 해당 페이지에서 동참할 수 있다.

뉴스펭귄 이후림 뉴스팀장은 "인간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박쥐는 사실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국내 박쥐류에 관한 연구는 포유류 중 가장 미미한 수준이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작은관코박쥐뿐 아니라 관심에서 멀어진 수많은 박쥐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뉴스펭귄은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내 사랑 멸종위기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구상나무(12월), 까치상어(1월), 뿔쇠오리(2월), 수원청개구리(3월), 대모잠자리(4월), 눈다랑어(5월), 수달(6월), 창언조롱박딱정벌레(7월), 검은머리갈매기(8월) 등 동식물이 이달의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