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먹이도 손 쉽게 꿀꺽… "대형뱀도 내 상대 안돼"

  • 남예진 기자
  • 2023.09.17 00:15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간스알뱀(Dasypeltis gansi)은 알을 주식으로 삼는다. (사진 Andrew Higley/UC Marketing + Brand)/뉴스펭귄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간스알뱀(Dasypeltis gansi)은 알을 주식으로 삼는다. (사진 Andrew Higley/UC Marketing + Brand)/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약 1m 크기에 불과한 뱀이 몸집 대비 가장 큰 먹이를 삼킬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만약 전세계 뱀들을 한데 모아 '몸집 대비 가장 큰 음식 먹기' 대회를 연다면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될 종은 누구일까?

사람부터 거대한 악어까지 꿀꺽 삼켜버리는 '버마왕뱀'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1m 남짓한 크기의 간스알뱀(Dasypeltis gansi)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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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시내티대학교 연구진은 간스알뱀이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몸집 대비 가장 큰 먹이를 삼킬 수 있다고 영국 런던동물학회(ZSL)가 발행하는 '동물학술지(Journal of zoology)'에 지난달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육식성 동물인 뱀은 이빨로 음식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 소화해 낸다. 이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아래턱뼈가 2개로 나뉘는 데다가, 탄성 있는 인대와 가죽을 통해 구강이 충분히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평균 5m까지 자라나는 대형 뱀인 버마왕뱀은 사슴을 통째로 삼킬 수 있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다만 같은 크기일 때 간스알뱀은 버마왕뱀보다 2배 큰 먹이도 삼킬 수 있다고 추정된다. 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걸까?

(a)는 서부구렁이, (b)는 간스알뱀의 구강 최대 직경을 측정한 것이다. 왼쪽 사진에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은 아래턱이 끝나는 지점을 표시한 것이다. 두 종을 비교했을 때, 간스알뱀의 턱이 더 큰 각도로 벌어질 뿐 아니라, 아래턱뼈 사이의 간격도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Scaling relationships of maximal gape and prey size of snakes for an egg-eating specialist (Dasypeltis gansi) and a dietary generalist (Pantherophis obsoletus) 논문)/뉴스펭귄
(a)는 서부구렁이, (b)는 간스알뱀의 구강 최대 직경을 측정한 것이다. 왼쪽 사진에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은 아래턱이 끝나는 지점을 표시한 것이다. 두 종을 비교했을 때, 간스알뱀의 턱이 더 큰 각도로 벌어질 뿐 아니라, 아래턱뼈 사이의 간격도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Scaling relationships of maximal gape and prey size of snakes for an egg-eating specialist (Dasypeltis gansi) and a dietary generalist (Pantherophis obsoletus) 논문)/뉴스펭귄

연구진은 일반적인 뱀의 특성을 보이는 서부구렁이와 간스알뱀의 구강 최대 직경을 측정한 후, 둘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간스알뱀이 서부구렁이에 비해 3~4배 큰 먹이를 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저자인 브루스 제인 교수는 "간스알뱀이 '알'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구강이 발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스알뱀에게 메추리알을 지급한 후 턱을 관찰한 것이다. 보통 알을 주식으로 하는 뱀들은 알을 껍질 째 소화하지만, 간스알뱀은 몸 속에서 알을 깨뜨린 후 껍질을 다시 뱉어낸다. (영상 Bruce Jayne)

그는 "다른 먹이들과 달리 알은 구형에 가깝기 때문에 같은 둘레 대비 열량이 떨어진다"며 "이에 간스알뱀은 더 큰 알을 섭취하기 위해 입을 더 크게 벌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인 교수는 "간스알뱀은 기네스 세계기록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뱀들의 크기가 비슷했다면 이 작은 뱀들도 대형 뱀 못지않게 무시무시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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