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쓰레기가 싫다고 쓰레기가 될 순 없잖아?

  • 손아영
  • 2023.08.30 17:52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플라스틱 인류


[뉴스펭귄 손아영] '호모 플라스티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플라스틱 없이는 일상을 살아갈 수 없는 현 인류를 뜻하는 말입니다. 1950년 200만 톤의 플라스틱을 만들던 인류는 2015년 4억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해 냈습니다. 과학자들은 2025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10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죠. 그렇다면 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말뿐인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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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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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재활용 수거함에 버린다고 해서 이 모든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 단 9%만이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나라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2017년, 당시 180억 달러어치의 고체 쓰레기를 수입하던 중국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쓰레기를 대량으로 받아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베트남은 2025년부터 폐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량의 쓰레기 유입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결국 말레이시아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 고체 쓰레기 매립지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고체 쓰레기 수입량이 6배로 늘어나며 국민의 반발이 빗발치기 시작했죠. 선진국에서 처리하기 성가신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에 팔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나라들에는 그 쓰레기를 전부 처리할 수 있을 만한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선진국은 다를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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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라고 해서 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 중 570만 톤은 소각장으로 향하고, 2700만 톤은 매립지로 보내집니다. 10%가 채 되지 않는 300만 톤의 쓰레기만이 재활용되죠. 쓰레기를 깐깐하게 처리하는 나라인 일본 역시 플라스틱병, 비닐봉투, 포장 용기 등의 70~80%를 수거해 소각하거나 재활용하지만, 그럼에도 플라스틱 2만~6만 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한편 쓰레기의 상당량을 소각하는 국가인 독일은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를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로 보낸 뒤 재활용 쓰레기 시장에 내놓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만 모아 모두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20년에 걸쳐 재활용 비율을 늘려온 선진국에서조차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플라스틱은 알루미늄이나 유리처럼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마저도 몇 번 더 쓰이다 매립장에 묻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쓰레기보다 생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시급한 문제이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상하수도, 홍수, 에너지 관리 기반 시설을 갖추는 일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처리보다 훨씬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이프, 하수도, 정화조 등을 통해 사람들이 배출하는 배설물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공중보건에 훨씬 크고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실제로 현대식 에너지 시스템의 부재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과 멸종위기종 동물 모두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결국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유한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들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 개선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효율적인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단순 매립보다 10배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지만 그런 체계를 갖추는 것이 강과 바다의 오염을 막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겐 쉽고, 누군가에겐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깨끗이 씻어낸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함에 말끔히 넣어 버리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마스크를 뚫을 정도의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내며 저녁거리를 걱정하는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게을렀던 본인의 편의가 정말 부끄럽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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