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사자' 동물원에 1000만원 먹이 기부한 시민들

  • 이수연 기자
  • 2023.08.24 11:53
부경동물원에 남은 동물들을 위해 시민들이 돈을 모아 마련한 먹이들.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부경동물원에 남은 동물들을 위해 시민들이 돈을 모아 마련한 먹이들.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최근 '갈비뼈 사자' 등 동물학대 논란으로 운영을 중단한 동물원에 여전히 동물들이 남아있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후원금 1000만원을 모아 먹이를 기부한 사연이 알려졌다.

23일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는 냉동 닭 7박스와 수박, 바나나, 당근, 고구마 등 과일 채소 120kg이 배달됐다. 이날 제공된 일주일치 먹이와 건초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전국 시민들이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다.

최근 부경동물원의 열악한 상황을 알렸던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난 14일 SNS에 ‘부경동물원 운영 중단으로 사료가 급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단체는 "부경동물원이 운영을 중단했지만 당장 다른 곳으로 분양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면서 "평소에도 재정난으로 제대로 된 먹이를 먹이지 못해 동물들이 야위었는데 앞으로도 사료 급여가 원활하지 않아 더욱 굶주림에 방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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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후원금으로 구입한 먹이를 먹는 부경동물원 백호.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시민 후원금으로 구입한 먹이를 먹는 부경동물원 백호.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이어 "동물원 측에서도 도움을 요청했다. 남은 동물들을 모두 살려서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어 모금한 돈으로 사료를 사줄까 한다"면서 후원금 계좌를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모금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후원금 약 1000만원이 모였다. 현재는 모금을 중단한 상태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동물원 상황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후원은 마감하고 상황을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추가로 모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 후원금으로 구입한 먹이를 먹는 부경동물원 흑표범.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시민 후원금으로 구입한 먹이를 먹는 부경동물원 흑표범.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김애라 대표가 <뉴스펭귄>에 보낸 사진에는 흑표범, 백호 등이 먹이를 먹는 모습이 담겼다.

부경동물원은 앞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갈비뼈 사자'로 불렸던 수사자가 공개돼 논란이 불거진 민간 동물원이다. 이 수사자는 환경이 더 좋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져 ‘바람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바람이가 떠난 자리에 4살 된 암사자 바람이의 딸이 갇혀 있는 모습이 다시 공개되면서 동물원 폐쇄 여론은 더욱 커졌다.

문 닫은 부경동물원에 아직 남아있는 '바람이 딸' 암사자.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문 닫은 부경동물원에 아직 남아있는 '바람이 딸' 암사자.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이 동물원은 지난 12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동물원 측은 남은 동물을 매각한 후 최종 폐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동물원에는 사자, 호랑이, 흑표범, 너구리, 원숭이 등 30여 종 동물 60여 마리가 지내고 있다.

문 닫은 부경동물원에 털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지내는 양.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문 닫은 부경동물원에 털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지내는 양.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뉴스펭귄

단체는 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동물원에 들어가 먹이를 지급할 예정이다. 부경동물원 한 달 먹이값이 약 500만원이라 그동안 모인 후원금으로 두 달 정도는 먹이를 보낼 수 있다는 게 김애라 대표의 설명이다.

김애라 대표는 "이제 동물원은 사양산업이라 하나씩 문을 닫으면서 갈 곳이 없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물을 재산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대신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동물들의 습성에 맞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생추어리)을 마련해 남은 동물들을 보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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