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알리는 멸종위기종… 재일동포 학생들에게도 통했다

  • 남주원 기자
  • 2023.08.16 13:32
일본에서 진행된 한글동물 수업 현장. (사진 진관우 작가 제공)/뉴스펭귄
일본에서 진행된 한글동물 수업 현장. (사진 진관우 작가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따오기, 따오기, 따오기, 따오기…', '수달, 수달, 수달, 수달…' 학생들이 그린 그림에는 멸종위기 동물의 이름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재일동포 학생들은 한글 자음으로 눈을 표현하고 시옷(ㅅ)으로 털을 표현하는 등 자신만의 시각으로 멸종위기종을 그려내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한글로 멸종위기종을 그리는 진관우 작가가 최근 일본 치바 토요학교와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멸종위기 수업 현장의 모습이다.

진 작가는 멸종위기에 처한 따오기와 두루미, 일본에서 공식 멸종이 선언된 수달 등을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한·일 공동 멸종 및 멸종위기 생물에 대한 지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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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번 교육 현장에 나선 이유는 멸종위기종 보호 노력을 확장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멸종위기 동물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지구적인 일이기 때문에 더 넓은 곳에서의 교육에도 신경 쓰고 싶었다”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일본에서 진행된 한글동물 수업 현장. (사진 진관우 작가 제공)/뉴스펭귄
일본에서 진행된 한글동물 수업 현장. (사진 진관우 작가 제공)/뉴스펭귄

진 작가는 대학생연합가치창출동아리 '국인'과 함께 이번 수업을 진행했다. 국인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현지에 있는 재일동포 학생들을 찾아가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글로벌멘토링 활동을 진행해왔다. 진 작가는 올해 국인 요코하마-치바 팀에서 한글동물그리기 수업을 맡았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각각 치바한국교육원 주관 치바 토요학교 어린이 하계캠프와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 중고생 여름캠프에서 진행된 수업을 통해 재일동포 학생들은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특히 한글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둘 다 배울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는 의견이다.

수업에 참여한 아카마 유이 학생은 “한국과 일본의 공통 멸종위기동물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소개해 주셨다"며 "(이론 수업 후) 실습에서 한글을 사용해 그림을 그릴 때 세세한 부분이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한글로 그리면서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진행된 한글동물 수업 현장. (사진 진관우 작가 제공)/뉴스펭귄
일본에서 진행된 한글동물 수업 현장. (사진 진관우 작가 제공)/뉴스펭귄

수업에 함께 임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육경은 멘토는 “한글의 곡선과 직선을 살려 함께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따오기의 눈은 노랑색'이라며 따오기의 특징을 하나하나 되살려 그림을 그렸다. 이 과정이 훗날 아이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질 것임을 직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진관우 작가가 강조한 "기록한다면 기억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틀림없이 아이들에게 전달됐으리라고 믿는다"며 "잊어서는 안 될 동물들을 우리의 언어로 되살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는 것. 앞으로 계속돼야 할 귀중한 체험이자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학생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멸종위기 동물을 그려냄으로써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평이다. 교육원 관계자들은 미래세대 역할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에서 진행된 한글동물 수업 현장. (사진 진관우 작가 제공)/뉴스펭귄

한편 진관우 작가는 뉴스펭귄이 독자들과 함께 전개하는 멸종저항 액션 프로젝트 '내가 사랑하는 이달의 멸종위기종'에도 의기투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민들의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진 작가는 국민들이 멸종위기종을 늘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미술작품으로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8월의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된 검은머리갈매기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그려 제공했다. 그는 현재까지 구상나무, 까치상어, 뿔쇠오리, 수원청개구리, 대모잠자리, 눈다랑어, 수달, 창언조롱박딱정벌레, 검은머리갈매기 등 멸종위기 동식물을 한글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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