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경위원회, '바다의 판다' 향한 멸종 경보 울려

  • 남예진 기자
  • 2023.08.09 17:07
눈 주위에 검은 고리모양 무늬가 있어 바다의 판다라고 불리는 바키타돌고래. (사진 국제포경위원회, Thomas A Jefferson, Viva Vaquit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 서식 중인 바키타돌고래가 자망에 의해 멸종의 문턱에 서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지적되고 있다.

무분별한 고래 남획을 규제하는 국제포경위원회(IWC)는 멸종위기에 처한 바키타돌고래의 '멸종 경보'를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바키타돌고래는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서 서식 중인 생물로, 1997년 당시 567마리 정도로 추정됐다. 다만 2015년에는 59마리, 2018년에는 10마리로 급격히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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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타돌고래는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위급'으로 등재돼 있다. (사진 IUCN 캡처)/뉴스펭귄
바키타돌고래는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위급'으로 등재돼 있다. (사진 IUCN 캡처)/뉴스펭귄

그로 인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등재된 상태다.

지난 5월에 진행된 조사에서는 약 12마리가 서식 중임을 파악했으며, 새끼 1~2마리가 발견된 만큼 이들이 번식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에 국제포경위원회는 "바키타돌고래의 멸종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멸종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국제포경위원회의 해양과학자 린제이 포터 박사도 "만약 바키타돌고래에게 가해지는 압력을 제거할 수 있다면, 이들의 개체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물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설치되는 자망. 많은 해양포유류들이 자망에 얽혀 익사해 죽어간다. (사진 UN The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뉴스펭귄
생물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설치되는 자망. 많은 해양포유류들이 자망에 얽혀 익사해 죽어간다. (사진 UN The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뉴스펭귄

그렇다면 바키타돌고래의 개체수를 급속도로 감소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국제포경위원회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새우와 토토아바를 잡기 위해 설치된 '자망'을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서 서식하는 토토아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취약(Vulnerable, VU)' 등급으로 등재돼 있다. (사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뉴스펭귄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서 서식하는 토토아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취약(Vulnerable, VU)' 등급으로 등재돼 있다. (사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뉴스펭귄

특히 중국과 홍콩에서 토토아바의 부레를 별미로 여기면서 부레의 가격이 ㎏당 150만원을 넘어가자, 토토아바를 포획하기 위한 자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물론 설치된 자망이 바키타돌고래를 해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목숨을 잃는 바키타돌고래의 수도 급격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토토아바와 바키타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1975년부터 토토아바의 어획을 금지하고 불법 출하를 제재하고 있다.

또 2016~2019년에는 자망 1000개를 수거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자망 설치 방해물을 약 193개 설치하는 등 바키타돌고래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법 어선들은 어업이 금지된 보호구역에서 자망을 이용한 불법어획을 계속해 나가며 개체수 감소를 앞당기고 있다.

게다가 바키타돌고래를 조사하기 위해 설치한 음향기록 장치를 파손하거나 훔쳐 달아나 바키타돌고래 연구와 개체수 감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 제시하는 자망의 대안책. 롱라인과 통발은 자망에 비해 해양포유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 제시하는 자망의 대안책. 롱라인과 통발은 자망에 비해 해양포유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UN The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뉴스펭귄

국제포경위원회는 "멕시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바키타돌고래의 개체수에는 변동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자망을 바키타돌고래를 보호하고 어부들의 생계유지에도 타격을 주지 않는 장비로 대체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멸종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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