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나

  • 김지현 기자
  • 2023.06.07 18:37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하 러·우전쟁)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우전쟁 첫 1년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최소 1억20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벨기에나 네덜란드가 동일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 양과 맞먹는다.

영국 언론 로이터통신은 6일(이하 현지시간) 보고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초래한 기후 파괴(Climate Damage Caused By Russia's War in Ukraine)’를 단독으로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다국적 탄소회계 전문가들은 연료 사용, 인프라 재건, 국제 에너지 소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러·우전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했다. 

탄소회계란 국가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을 탄소(CO2)로 환산해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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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러·우전쟁의 온실가스 배출량 절반가량은 파괴된 건물, 도로, 산업시설 등을 재건하면서 나왔다. 연구진은 당장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속가능성보다는 재건 속도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러우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을 지나가는 우크라이나 시민. (사진 UN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지난 2월 러우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을 지나가는 우크라이나 시민. (사진 UN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러·우전쟁의 온실가스 배출량 약 19%는 전차 연료 소비, 탄약 제조 및 발사, 콘크리트 요새 건설 등과 같은 군사활동에서 발생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엑션(Ecoaction)은 지난 4월 1일 보도자료에서 전차로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가 소비되고 있으며, 탄약 폭발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NOx) 등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세계적인 화석연료 사용 증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저가스관 노드스트림(Nord Stream)의 파손으로 인한 가스 누출, 국제 항공편 경로 변경 등이 이번 탄소회계에 포함됐다.

파손된 노드스트림 해저가스관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는 모습. (사진 덴마크 국방부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파손된 노드스트림 해저가스관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는 모습. (사진 덴마크 국방부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그동안 전쟁과 군사훈련 등 군사활동으로 인한 배출은 공식적인 탄소회계에서 과소평가되거나 제외돼 왔다. 연구진은 5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리고 있는 본기후변화회의(Bonn Climate Change Conference)에서 해당 보고서를 발표하고, 탄소회계에 군사분야 배출량을 포함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탄소회계 전문가 레나드 드 클렉(Lennard de Klerk)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우리는 2050년까지 군사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군사분야 배출량을 탄소회계에 반영해야 각국 정부가 해당 분야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 전쟁은 온실가스 배출 외에도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했다. 에코액션이 파악한 대기, 토양, 수질 오염 사례만 1000건이 넘는다. 특히 에코액션은 자연보호구역 900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 규모는 우크라이나 자연보호구역 3분의 1에 달한다.  

지난 5일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다목적댐인 카호우카(Kakhovka) 댐이 폭파됐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댐 파괴가 주변 생태계에 수십 년간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범람과 오염물질 방류로 댐 주변 생태계가 큰 피해를 입고, 많은 양의 담수가 흑해로 흘러 들어가면서 바다 생태계도 훼손된다는 것이다.

오스타프 세메라크(Ostap Semerak)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가디언에게 "댐 주변 산업 시설과 농장이 침수돼 석유와 농약으로 오염된 물이 루마니아, 그루지야 등 이웃 국가와 흑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고 말했다.

파괴된 카호우카 댐 모습. (사진 Ecoaction 트위터)/뉴스펭귄
파괴된 카호우카 댐 모습. (사진 Ecoaction 트위터)/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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