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빠진 군대·전쟁·기후위기의 굴레

  • 임병선 기자
  • 2022.03.22 14:14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지난해 11월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끝나고 정상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공동 선언은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많은 비판점 중 하나는 COP26 선언이 '군사 부문 탄소배출량 절감'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대와 전쟁, 기후위기는 무관해 보이지만 연관이 크다. 군사 분야에서는 그 자체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전쟁은 기후위기 원인인 화석연료를 얻으려고 벌어지는 양상을 띤다. 이미 기후위기로 인해 전쟁이 벌어진 사례가 있으며, 기후위기는 국가 안보에 점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군대, 전쟁, 기후위기는 오랜 동반자인 셈이다.

먼저 군사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6% 정도로 추산되는 데 반해, 현재 보고 의무를 진 국가가 몇 없으며 감축도 마찬가지다. 2015년이 돼서야 미국, 유럽연합 등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부속서1에 속한 선진국만 배출량 보고 의무를 가진 상태다. 또 배출량 보고 의무만 질뿐 탄소배출량 절감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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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과학자 단체 SGR(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군용 장비 사용, 군수 산업, 군사기지 등이다. 또 핵전쟁이 발생했을 때 대기 중에 재나 먼지가 대량 발생하면서 지구 온도가 일시적으로 급락할 '핵겨울'도 또 다른 위협으로 꼽힌다.

(사진 SGR)/뉴스펭귄
(사진 SGR)/뉴스펭귄

미국 브라운대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군의 탄소배출량은 2017년 한 해만 해도 5900만t이다. 이를 한 국가로 따지면 세계 55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미군은 항공모함, 군함, 군용기, 군용차, 전 세계 건물 56만 개 등을 통해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군용 장비는 매우 무겁기 때문에 연료 소비량도 많다. 단적인 예로 미군이 운용하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는 1.6km 당 온실가스 250t을 배출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2020년 2월 전쟁없는세상, 녹색연합 등이 국군의 탄소배출량에 대해 정부에 공개 질의했으나, 국방부가 쓰는 일부 건물과 일부 업무용 차량 외에는 탄소배출량 통계를 전혀 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수원대 연구진은 기후변화학회에 게재한 논문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비대칭 전력과 대량살상 무기를 꾸준히 증강하고 있는 위협에 대비하고, 한반도 주변의 동북아 안보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비를 2013년 기준 세계 9위의 규모인 305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며 "군사부문에 대한 기초자료 및 연구실적은 대기오염물질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또한 여전히 미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내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법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해 국내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도 기준 286만 6000t으로 집계했다. 다만 연구진은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있어 완전한 수치는 아니라고 밝혔다.

군사 부문이 기후위기의 원인이 됐다면, 기후위기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기도 한다.

앞서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외신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21세기 지구촌 최대 비극인 수단 다르푸르 분쟁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초래됐다"고 밝혔다. 수단 다르푸르에서는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줄어들면서 인종 간 분쟁이 발생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 사태로 약 4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다르푸르 사태를 인류 최초 '기후전쟁'으로 꼽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아프리카 내전 등 20세기 발생한 무력충둘 중 최소 3%에서 최대 20%가 기후위기 혹은 극한기후에 의해 벌어졌고, 이후 영향이 극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2019년 6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이런 이유로 기후위기는 군사 안보에서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미군, 유럽 등은 이 과정에서 난민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국경에 배치된 군대를 강화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쟁을 하지 않고 군대를 축소하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군축'이다. 하지만 군축은 한 국가의 결단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군사 부문 탄소배출량은 군비 경쟁에 따라 무한히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국이 무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도 지속적으로 무력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구 자원을 무한하다고 여긴 자본주의가 기후위기 심화 원인으로 지목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군사 분야 탄소배출량은 미래 기후위기 악화에 위협이 된다.

2020년 전 세계 군사비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국가총생산(GDP)이 4.4% 줄어들었음에도 2.6%나 늘어났다. 총액으로 따지면 약 2조 달러(한화 약 2444조 원), 1980년대에 비해 약 55% 많아졌다. 세계 군사비 중 미국은 36%, 중국은 16% 정도를 차지하면서 쌍두마차를 달리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일부 평화주의자들은 기후위기가 신냉전 체제에서 무한하게 늘어나는 군비 경쟁을 억제할 일종의 기회라고 지적한다. 핵무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지구가 파괴될 것을 우려해 타협에 나섰던 때처럼 기후위기라는 공통 위협이 생기면 군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벌이는 2022년 3월 현재, 기후위기라는 공통의 적에 대해 지구 위 국가들이 협력하려면 많은 장애물이 자리 잡고 있다.

근본적 방안은 아니지만 미군 육군은 지난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술차량을 전기화하고,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군의 경우 전투기에 쓰이는 제트 엔진 등에서 탄소배출을 막을 어떤 기술도 가지고 있지 않다.

기후위기 악화는 전쟁 상황이나 분단국가가 있다고 잠시 멈추지 않는다. 국방부도 국내 시민단체들에게 "에너지 절감 등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 세계는 전쟁과 함께 기후위기 위협이 사라질 미래를 그려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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