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받는 오해①] 야생벌은 알아서 잘 지내고 있을까?

  • 조은비 기자
  • 2023.06.02 15:11
(사진 서울환경연합)/뉴스펭귄
(사진 서울환경연합)/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꿀벌보다 야생벌이 처한 위기가 더 시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서울환경연합과 생명다양성재단이 주최한 1차 생태전환도시포럼에서 '벌을 위한 진짜 밀원숲' 강연이 진행됐다.

진행을 맡은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전문위원은 "꿀벌에 대한 피해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꿀벌만이 피해자가 아니고 야생벌에 대한 피해도 상당히 크다"며 "꿀벌에 몰입된 시선을 내려놓고 다양한 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강연을 열게 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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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김산하 박사,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전문위원, 부산대학교 홍석환 교수.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뉴스펭귄
왼쪽부터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김산하 박사,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전문위원, 부산대학교 홍석환 교수.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뉴스펭귄

강연 참가자들은 먼저 자연생태계에서 주목해야 하는 폴리네이터(Pollinator)는 꿀벌에 한정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김산하 박사는 "꿀벌이라고 하면 자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꿀벌은 외래종"이라며 "벌 종류는 한국에도 수천 종이 있는데, 야생벌이야말로 환경변화와 꿀벌과의 경쟁에서 취약하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어렵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야생벌 모니터링을 해온 시민단체 '벌볼일있는사람들'은 지난 20년 동안 보라매공원, 한강공원 등지에서 야생벌 개체수가 약 90%까지 줄어들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홍석환 교수는 "식물의 90% 이상이 수억 년간 곤충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진화를 해왔는데 (폴리네이터들이) 짧은 기간에 사라진다면 식물들이 적응을 할 수 없다"며 "식물 생태계와 동물 생태계 붕괴가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인간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석환 교수는 "'수분매개자=꿀벌' 이렇게 여기다 보니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망한다는 식의 얘기가 된다. 실질적으로는 수분매개자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구분했다.

그는 관련 논문을 소개하며 "꿀벌이 (수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수준이다. 나머지는 파리, 야생벌, 나비 등이 한다. 농약으로 죽이고 있는 하늘소, 딱정벌레도 다 하고 있는데 이런 종들은 하나도 신경을 안 쓰고 꿀벌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wild insect diversity increases inter-annual stability in global crop pollinator communities’ 논문)/뉴스펭귄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wild insect diversity increases inter-annual stability in global crop pollinator communities’ 논문)/뉴스펭귄

김산하 박사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인 꿀벌은 웬만한 걸 다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야생벌들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제한적으로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숲에서 수많은 식물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식물들마다 꽃가루를 운반해 주는 특별한 종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다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밤에도 나방 같은 종으로 인해 수분매개가 정말 많이 일어난다. 야간 시간의 수분매개가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예 고려 대상에 조금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야간에 수분을 하고 있는 나방.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뉴스펭귄
야간에 수분을 하고 있는 나방.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뉴스펭귄

최진우 전문위원은 "실제 자연계에 있는 숲과 많은 식물들의 수분을 하는 벌의 비율을 보면 꿀벌이 30%, 야생벌이 70%라고 보고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약 25%의 야생벌 개체수가 줄어들었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꿀벌군집붕괴현상' 계기 삼아 다른 종 살펴야

최근 발생하고 있는 꿀벌군집붕괴현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개체수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꿀벌군집붕괴현상은 2021~2022년 겨울 동안 국내에서 꿀벌 78억 마리가 자취를 감추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도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직전까지 100억 마리가, 또 올해 봄까지 100억 마리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뉴스펭귄

최진우 전문위원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려면 생태계에서 꿀벌 말고 다른 어떤 벌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이 되고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석환 교수는 "꿀벌은 민감도가 낮다. 환경변화가 심해도 꿀벌은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신 야생의 다른 수분매개자들은 동일한 타격에도 훨씬 강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꿀벌이 죽는 것이 (생태계와) 크게 관계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문제를 덮으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홍 교수는 "꿀벌 같이 강한 종도 환경변화에 의해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데 그러면 야생에 있는 다른 곤충들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꿀벌의 죽음을 지표로 해서 다른 폴리네이터들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야생은 야생에 있는 종들이 알아서 할 거라는 추정을 하고 있다. 여기서 제일 강한 종이 죽어가고 있는데 저기서 약한 종들이 열심히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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