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진다”…꿀벌 집단 폐사 막으려면?

  • 박연정 기자
  • 2023.05.18 17:02
정원에 핀 꽃에서 화분매개하는 벌.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정원에 핀 꽃에서 화분매개하는 벌.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꿀벌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 최소 밀원면적 30만 헥타르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에 달하는 양이다.

‘세계 벌의 날(5월 20일)’을 이틀 앞둔 18일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안동대학교 산업협력단과 함께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을 발간하고 국내 꿀벌 폐사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꿀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꿀벌군집붕괴현상(ColonyCollapse Disorder, CCD)’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고 지금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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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2021년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면서 꿀벌군집붕괴현상이 시작됐다. 2022년 9~11월 사이에만 1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고, 2023년 초 약 14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는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벌의 꽃가루 섭취량 증가에 따라 수명은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벌의 먹이가 되는 꽃과 나무인 밀원식물의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벌의 꽃가루 섭취량 증가에 따라 수명은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벌의 먹이가 되는 꽃과 나무인 밀원식물의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그린피스는 벌이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밀원식물의 부족 현상을 꼽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6월 발표한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밀원면적은 47.8만 헥타르에서 14.6만 헥타르로, 1970~1980년대 대비 약 70%가 감소했다. 제주도(18만4900헥타르)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밀원면적이 사라진 셈이다. 벌은 밀원식물로부터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섭취하기 때문에 밀원식물의 감소는 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100년간 국내 평균 최고기온, 최저기온, 평균기온의 변화 경향.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지난 100년간 국내 평균 최고기온, 최저기온, 평균기온의 변화 경향.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 엇박자 현상이 있다. 꿀벌은 보통 꽃이 피는 3월이 가까워지면 월동을 마치고 봄철을 준비한다. 그러나 지난 100년 사이 지구 온도가 0.6°C 오르는 등 기후변화가 심각해졌고 3월에 꽃이 피기 어려워졌다. 실제 올해 봄꽃 개화일은 60년 사이 약 3~9일이 당겨졌다. 벌이 동면에서 깨어나기 전 이미 꽃이 피었다 지기 때문에 월동기를 보내는 꿀벌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린피스는 “국내 꿀벌 생태계의 안정적인 조성을 위해서는 최소한 30만 헥타르 이상의 밀원면적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1헥타르의 밀원면적에서는 약 300kg의 꿀이 생산될 수 있다. 꽃을 찾는 꿀벌들과 500여 종의 야생벌을 고려하면 연 9만 톤의 천연꿀이 필요하기에 최소 30만 헥타르 이상의 밀원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산림청이 임상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의 밀원면적은 약 15만 헥타르에 그쳤다. 산림청은 매년 약 3800헥타르씩 밀원면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속도대로라면 필요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데 약 40년, 과거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데는 약 100년이 걸린다.

그린피스는 30만 헥타르의 밀원수림을 빠르게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토 이용계획과 조림, 산림 관리계획의 일부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형 밀원수를 심고 보급한다면 현 상황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내 산림면적 66%를 차지하는 사유림의 밀원면적 증대를 위해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에 밀원식물의 조림과 보호육성에 관한 조항을 명시할 필요도 있다. 적절한 보상책으로 민간이 자발적으로 밀원면적 확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꿀벌과 꽃사진.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꿀벌과 꽃사진.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또 도시공원 녹지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도심지 공원이나 생활권 부지에 밀원식물이 포함된 화단을 반드시 확보하는 등 생태계 기능을 강화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300개가 넘는 버스정류장 정원을 조성한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꿀벌 개체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위의 제언 사항들은 한 부처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힘들다”며 “산림청은 물론 환경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벌을 가축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화분매개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꿀벌의 집단 폐사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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