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조작해 '그린워싱' 의심받는 기후리더

  • 이수연 기자
  • 2023.05.31 17:32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 의장으로 선출된 술탄 알 자베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 의장으로 선출된 술탄 알 자베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으로 지명된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 대표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수정해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COP28 의장인 '아부다비 석유공사' CEO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COP28 측에서 직접 편집하는 등 여론조작이 일어났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COP28 개최국은 UAE로, 11월 두바이에서 열린다.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기도 한 술탄 알 자베르는 지난 1월 COP28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한 달 후 2월에는 '정크튜너(Junktuner)'라는 사용자가 COP28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여러 번 수정했는데, COP28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람지 하다드(Ramzi Haddad)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트위터와 핀터레스트에서도 동일한 가명을 사용하고 있던 하다드는 본인이 편집한 게 맞다고 위키피디아 측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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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드는 COP28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알 자베르는 기후회담의 정직한 중개자가 될 수 없다'는 국제앰네스티의 평가 아래에 '알 자베르는 기후운동에 꼭 필요한 동맹'이라는 블룸버그 사설을 추가했다.

COP29 마케팅 담당 직원이 추가한 술탄 알 자베르 사업 경력. (사진 알 자베르 위키피디아 갈무리)/뉴스펭귄
COP29 마케팅 담당 직원이 추가한 술탄 알 자베르 사업 경력. (사진 알 자베르 위키피디아 갈무리)/뉴스펭귄

그는 알 자베르의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선 'COP 의장에 지명된 첫 CEO'라며 'UAE가 청정에너지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 관계자는 하다드에게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용자가 직접 내용을 편집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하다드가 "추가 편집을 멈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로도 약간씩 수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COP28 대변인은 "모든 수정이 근거에 의해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COP28 의장에 관해 정확하게 서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과 기후보고센터는 탄소배출 주범인 석유회사 CEO에게 유엔 기후회담을 맡길 수 없다는 날선 비판이 쏟아지자, 석유회사 측이 이 같은 조작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23일 미국과 유럽연합(EU) 의원 100여 명은 미국 대통령, UN 사무총장 등에게 알자비르를 기후회담 의장에서 해임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캐롤라인 루카스(Caroline Lucas) 영국 녹색당 의원은 "석유회사와 CEO가 그린워싱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세계 기후회의를 장악한 것도 모자라 그들의 위선에 대한 비판을 씻어내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디지털권리기구 엑세스나우(Access Now)의 마르와 파타프타(Marwa Fatafta)는 "UAE가 여론을 통제하고 알자비르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시도의 일부"라며 "COP28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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