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20억명이 폭염 속에 살게 된다

  • 김지현 기자
  • 2023.05.24 14:58
지난 4월 인도 시민이 우산으로 폭염을 피하는 모습. (사진 World Weather Attribution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지난 4월 인도 시민이 작은 우산으로 폭염을 피하는 모습. (사진 World Weather Attribution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전세계 기후정책이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2100년까지 20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폭염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학교와 중국 난징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22일(이하 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세계 인구 4명 중 1명 ‘기후적소’ 밖에서 살게 된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연구진은 현재 전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7℃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구가 2.7℃ 더 뜨거워지면, 전세계 인구 22%에 해당하는 20억 명의 사람들이 ‘기후적소(Human Climate Niche)’를 벗어난 지역에서 살게 된다. 4명 중 1명은 사람이 버티기 어려운 더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기후적소란 연평균 기온이 13℃에서 25℃ 사이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기후를 말한다. 연구진은 연평균 기온이 29℃ 이상인 경우를 기후적소를 벗어난 지역으로 정의했다. 기후적소를 벗어난 지역은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 인지능력 저하, 식량생산량 감소 등으로 인해 인간이 살기 매우 어렵다.

인구 다수가 기후적소 바깥으로 내몰리는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40년 전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이런 극한 기후 속에서 살아가는 인구는 1200만 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그 수는 5배가량 늘어나 현재 6000만 명이 기후적소 바깥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 이 숫자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 수준에서 0.1℃ 상승할 때마다 1억4000만 명이 추가로 기후적소 지역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에 따른 기후적소 바깥에 사는 인구수 변화. 주황색 선이 2.5도 상승할 때 인구수를, 빨강색 선이 3.6도 상승할 때 인구수를 나타낸다. (사진 해당 논문 발췌)/뉴스펭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에 따른 기후적소 바깥에 사는 인구수 변화. 주황색 선이 2.5도 상승할 때 인구수를, 빨강색 선이 3.6도 상승할 때 인구수를 나타낸다. (사진 해당 논문 발췌)/뉴스펭귄

 

불평등한 지구가열화 피해

특히 지구가열화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인도(6억 명), 나이지리아(3억 명), 인도네시아(1억 명), 필리핀과 파키스탄(8000만 명)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인도는 이미 9000만 명이 평균기온 29℃를 웃도는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지구 평균기온이 2.7℃까지 상승하면 이 인구가 6억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이끈 팀 렌튼(Tim Lenton) 엑서터대학교 교수는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지를 통해 "이 결과는 기후위기의 엄청난 불평등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2.7도 상승할 때와 1.5도 상승할 때 세계 각지의 기후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검은색 빗금이 기후적소를 벗어난 지역을 나타낸다. (사진 해당 논문 발췌)/뉴스펭귄
지구 평균기온이 2.7도 상승할 때와 1.5도 상승할 때 세계 각지의 기후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검은색 빗금이 기후적소를 벗어난 지역을 나타낸다. (사진 해당 논문 발췌)/뉴스펭귄

 

대규모 기후난민 발생

연구진은 지구 평균온도가 2.7℃ 이상 오를 경우, 이상기후로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기후난민이 최대 10억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 2022년 기후문제로 인해 살던 지역을 떠난 기후난민의 수는 약 3260만 명으로, 전쟁난민의 수(약 2830만 명)를 능가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2일 <뉴스펭귄>에서 ‘작년 기후난민, 전쟁난민보다 많다’ 기사로 다룬 바 있다.

한국은 기후난민이 이주해 오는 목적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 ‘기후·환경 변화가 이주 및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비교적 기후변화가 크지 않은 한국이 기후난민의 주요 이주 목적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후적소 바깥에서 살아야 하는 인구 대부분이 더 나은 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없기 때문에 위험 수준의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소득수준별로 환경이주 양상을 분석한 결과, 중저소득 국가와 중고소득 국가에서만 기후변화가 이민으로 이어졌고, 저소득 국가에서는 소득 부족으로 인해 환경이민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일한 예방책은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연구진은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세계 각국이 더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펼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5℃까지만 상승할 경우 기후적소 바깥으로 밀려나는 인구는 4억 명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전세계 각국이 현재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후적소를 벗어나게 될 인구 수(20억 명)의 80%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환경연구소(Stockholm Environment Institute)의 리처드 클라인(Richard Klein) 박사는 22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간이 겪게 될 직접적인 고통"이라며 "기후적소 바깥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더위와 습도에 고통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