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후난민, 전쟁난민보다 많다

  • 김지현 기자
  • 2023.05.12 18:24

2022년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한 자국 내 난민 숫자 사상 최고치
기후난민 3260만 명으로 전쟁난민보다 많아

2022년 아프리카 동부에서 4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이 지부티 그랑바라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다. (사진 유엔국제이주기구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2022년 아프리카 동부에서 4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이 지부티 그랑바라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다. (사진 유엔국제이주기구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2022년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간 난민이 약 711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자연재해로 고향을 떠난 난민(이하 기후난민)은 약 3260만 명으로 전쟁난민보다 많다.

국제 NGO 자국내난민감시센터(이하 IDMC)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 ‘그리드 2023(GRID 2023)에서 2022년 말 기준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간 난민이 약 711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이자 2013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이다.

기존 난민 외에 2022년 한해 동안 새로 발생한 난민만 609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0% 폭증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전쟁과 내전, 홍수와 가뭄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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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 규모를 보여주는 지도. 파란색이 기후난민을, 주황색이 전쟁난민을 표시한다. (그래픽 자국내난민감시센터 보고서)/뉴스펭귄
​2022년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 규모를 보여주는 지도. 파란색이 기후난민을, 주황색이 전쟁난민을 표시한다. (그래픽 자국내난민감시센터 보고서)/뉴스펭귄

특히 기후난민은 전체 난민의 53%(약 3260만 명)를 차지해 전쟁난민(약 2830만 명)보다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등 전쟁으로 인한 난민이 60%나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이 더 많은 것이다.

2022년 기후난민은 지난 10여년간 평균적인 수치보다 4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자국 내 기후난민 현황. (그래픽 자국내난민감시센터 보고서)/뉴스펭귄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자국 내 기후난민 현황. (그래픽 자국내난민감시센터 보고서)/뉴스펭귄

연구진은 기후난민 98%가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발생했다며, 국제사회에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발생한 실향민은 약 3184만 명, 지진과 화산 등 지질학적 재해로 발생한 실향민은 약 71만 명이다.

2022년 전 세계 기후난민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그래픽 자국내난민감시센터 보고서)/뉴스펭귄
2022년 전 세계 기후난민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그래픽 자국내난민감시센터 보고서)/뉴스펭귄

기후난민 중에서도 홍수로 인해 발생한 난민은 약 1922만 명으로, 기후난민 10명 중 6명 꼴이다. 연구진은 태평양 동부 수온이 평소보다 0.5℃ 이상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3년 동안 지속되면서,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파키스탄에서 지난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대홍수로 발생한 난민은 전체 기후난민 수의 25%에 달한다.

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에서는 6년 연속 장마철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심각한 가뭄이 찾아오면서 약 220만 명이 고향을 떠났다. 이는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다. 가뭄이 특히 심했던 소말리아에서는 2022년 한 해 동안 4만3000여 명이 가뭄으로 숨졌다.

2022년 파키스탄 대홍수로 집을 잃은 여성이 구호 물자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 유엔국제이주기구)/뉴스펭귄
2022년 파키스탄 대홍수로 집을 잃은 여성이 구호 물자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 유엔국제이주기구)/뉴스펭귄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길게 지속되고, 더 강도가 높아지면서 기후난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이하 IOM)는 2009년 12월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2050년에 이르면 최대 10억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인구의 10%가 기후난민이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세계은행도 2018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50년엔 1억4000만 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기후난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OM 사무총장 안토니오 비토리노(António Vitorino)는 11일 IDMC의 보고서에 관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전례 없는 규모의 자연재해로 인해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과 일터를 잃고 고향을 떠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난민들이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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