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서울 강남서 악성 해충 추정 '흰개미 떼' 출현

  • 이후림 기자
  • 2023.05.18 13:14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되는 곤충. (사진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 게시글 캡처)/뉴스펭귄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되는 곤충. (사진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 게시글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서울 강남 한 가정집에서 국내에서는 발견된 적 없는 흰개미가 떼로 출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오후 4시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에는 "초면인데 이분은 누구시죠?"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함께 의문의 곤충 사진 3장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창문을 열고 잤더니 집에 수십 마리가 있다"며 "잡아도 잡아도 계속 나온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제보자는 현재 환경부 관련 부서에 신고한 상태다.

게시글을 확인한 네티즌 대부분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보자가 찍은 사진 속 곤충이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는 외래 악성 해충 흰개미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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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사진으로만 봤을 때 해충 마른나무흰개미 같은데 외부에서 온 거면 국내 서식한다는 이야기", "국내 흰개미랑 비교도 안 되는 악성 해충", "환경부에 신고해야 한다. 번식 못하게 막아야 하는 종"이라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을 응용곤충학 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사체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되는 곤충. (사진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 게시글 캡처)/뉴스펭귄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되는 곤충. (사진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 게시글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이 18일 국내 흰개미 박사로 불리는 부산대학교 생명환경화학과 박현철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해당 곤충은 네티즌이 추정한 마른나무흰개미일 가능성이 높다.

박현철 교수는 "날개 달고 나온 것이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샘플을 수집해 유전체를 비교하고 동정해 봐야 알겠지만 외국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사진상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에 속한 3종(△Marginitermes △Cryptotermes △Incisitermes) 중 하나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흰개미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 종으로 한국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십 마리를 눈으로 확인했다면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이미 안정적인 군집을 이룬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발견된 개체는 전체 군집의 10%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침입 경로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목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들어왔을 수 있다"면서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발견된 게 충격이다. 열대지방에 사는 종이라 한국에서 발견되더라도 부산이나 아래 지방에서 우선 발견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마른나무흰개미. (사진 Texas A&M AgriLife)/뉴스펭귄
마른나무흰개미. (사진 Texas A&M AgriLife)/뉴스펭귄

박 교수는 그 원인이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전역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과거 열대지방에 사는 곤충들이 서식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것.

그는 "흰개미는 보통 아열대성 기후인 곳에서 서식한다. 북유럽 등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1997년쯤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 흰개미는 단 1종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미기록종을 포함해 3~4종 정도 된다. 이제 한국도 흰개미가 서식하기 알맞은 장소로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마른나무흰개미로 추정되는 종을 박멸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에서 보인 것처럼 이미 날개를 달고 비행을 하러 나온 상황이라면 최소 몇 년간 군집이 안정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군집을 찾아내 더 퍼지기 전에 박멸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박 교수 의견이다. 마른나무흰개미는 수분이 있는 나무뿐 아니라 수분이 없는 마른 목재까지 갉아먹어 한옥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문화재가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전세계 해충 3위 안에 든다고 알려진 만큼 빠른 방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펭귄>에 "전날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외래종 흰개미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오늘 현장에 나가 상황을 확인하고 샘플을 수집한 뒤 방제조치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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