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과 CCS 기술 두고 갈등

  • 김지현 기자
  • 2023.05.09 18:29
4일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 참석한 인사들. (사진 COP28 UAE 트위터)/뉴스펭귄
4일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 참석한 인사들. (사진 COP28 UAE 트위터)/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8)를 앞두고, 전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과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하 CCS) 상용화’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COP28을 준비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인 피터스버그 기후대화(Petersberg Climate Dialogue)가 현지시간 2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영국 환경 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Climate Home News)의 5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자는 제안과 CCS 기술을 상용화하자는 제안이 가장 큰 쟁점이 됐다. 이 의견 차이는 앞으로 더욱 선명해져 11월에 열릴 COP28 논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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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vs 화석연료 배출 단계적 퇴출

이번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각국 대표의 입장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자’는 입장과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없애자’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일부 산유국이 화석연료 퇴출안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대신 ‘배출’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어,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냐 아니면 화석연료 배출 단계적 퇴출이냐가 이번 COP28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과 칠레, 콜롬비아 등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를 공동주관한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 독일 외교부 장관은 “COP28 목표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료를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발언하는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 (사진 독일 외교부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발언하는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 (사진 독일 외교부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그러나 아랍에미리트와 미국 등 일부 산유국은 “화석연료를 퇴출하기보다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이런 배출에 대한 강조는 지난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알바라 타우픽(Albara Tawfiq)은 화석연료를 퇴출하자는 제안에 반대하며 "배출원이 아니라 배출 그 자체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산업을 퇴출하기보다는, CCS 기술 등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COP28 의장이자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 CEO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는 이번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다시금 배출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알 자베르 의장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제안에 배출이라는 표현을 추가해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퇴출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알 자베르 의장이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제안에 배출이라는 단어를 넣어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을 늘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퇴출하자"고 주장했다. (사진 COP28 UAE 트위터)/뉴스펭귄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퇴출하자"고 주장했다. (사진 COP28 UAE 트위터)/뉴스펭귄

재생에너지 vs CCS 기술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CCS 기술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CCS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대기중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깊은 땅속이나 바닷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번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알 자베르 의장을 비롯한 일부 국가 대표는 “화석연료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CCS와 같은 탄소관리기술을 상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측은 회의 요약본에서 어떤 국가가 이런 주장을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유럽연합 관계자는 클라이밋홈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수출국들이 앞장서서 CCS 기술을 옹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탄소포집 스타트업 에어룸의 탄소포집 장치. (사진 Heirloom carbon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미국 탄소포집 스타트업 에어룸의 탄소포집 장치. (사진 Heirloom carbon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반면 일부 국가는 아직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CCS 기술보다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연합은 이번 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설정하자고 제안했고, 미국, 칠레, 콜롬비아 등의 지지를 받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베어보크 장관과 알 자베르 의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국제에너지기구(이하 IEA) 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IEA는 2022년 10월 발표한 보고서 ‘세계 에너지 수요 전망(World Energy Outlook 2022)’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재생에너지 약 1000기가와트를 추가적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생산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총량(10350기가와트)은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양(3300기가와트)의 약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은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세우자는 제안에 반대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를 상용화하려면 초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저소득 국가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는 화석연료가 이들이 쓸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IEA는 2020년 12월 발표한 '전기 발전 예상비용 보고서(Projected Costs of Generating Electricity)에서 재생에너지 가격은 전 세계 국가 대부분에서 화석연료 가격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고 밝힌 바 있다. IEA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 공급원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라는 효과가 확실하고 저렴한 선택지를 두고 효과가 불확실하고 비싼 CCS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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