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68] 까나리맛집 백령도 찾는 점박이물범

  • 조은비 기자
  • 2023.05.08 15:47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올해도 백령도에 점박이물범 무리가 찾아왔다.

바위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편하게 누워있다가 가끔씩 고개만 들어 주변을 살피고, 도로 누워서 지긋이 눈을 감고 휴식을 즐기는 오동통한 체형의 해양포유류. 야생생물 멸종위기 Ⅰ급 점박이물범이다.

몸길이는 약 1.4~1.7m, 체중은 약 80~130kg. 수명은 약 30~35년으로 알려져 있다. 회색이나 황갈색 바탕에 불규칙하게 있는 점무늬는 각 개체마다 달라서 식별에 용이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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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는 수심 200~300m까지 약 30분 동안 가능하다. 휴식을 취할 때는 물에 세로로 동동 떠서 잠들기도 하고, 바위 위로 올라와서 누워있기도 한다.

백령도 물범바위 위에 올라온 점박이물범들. (사진 )/뉴스펭귄
백령도 물범바위 위에 올라온 점박이물범들. (사진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뉴스펭귄

바위 위에서 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한인우 연구사는 "기각류는 생의 대부분을 수중환경에서 지내지만 항상 유속의 흐름이 있고, 잠재적 포식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수중에서보다 안전한 육지에서의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철엔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랴오둥만 유빙 위를 찾는 것이고 봄과 가을에는 범고래나 백상아리 같은 포식자를 피하거나 휴식할 수 있는 백령도 일대의 암초를 찾는 것"이라며 "일광욕은 몸에 붙어있는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황해, 동해 북부 및 러시아 연해주 표트르대제만, 오호츠크해, 베링해, 알래스카 연안 등에 서식하고 있다.

그중 황해 개체군은 표트르대제만에 서식하던 개체군 중 일부가 빙하기가 끝나면서 황해에 고립돼 정착하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점박이물범의 전 세계 분포 지역. A 개체군은 황해, B 개체군은 동해 북부 표트르대제만, C, D, E 개체군은 오호츠크해, F, G, H 개체군은 베링해, 알라스카 연안 인근에서 서식하고 있다. (사진 점박이물범 시민모니터링 보고서 3차 년도(2021년))/뉴스펭귄
점박이물범의 전 세계 분포 지역. A 개체군은 황해, B 개체군은 동해 북부 표트르대제만, C, D, E 개체군은 오호츠크해, F, G, H 개체군은 베링해, 알라스카 연안 인근에서 서식하고 있다. (사진 점박이물범 시민모니터링 보고서 3차 년도(2021년))/뉴스펭귄

한인우 연구사는 "최근 집단유전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해 개체군과 러시아 표트르대제만 개체군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전학적으로 차이가 없거나 매우 약하게 분화됐음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황해 개체군은 번식기인 겨울철에 황해 북부 중국 랴오둥만의 얼음 위에서 새끼를 출산하고, 3월부터 늦가을까지 국내 서해 연안에서 서식한다.

국내 최대 서식지는 인천 옹진군 백령면에 속하는 백령도다. 고래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백령도에서 약 400마리 이상, 가로림만에서 약 10~12마리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유독 백령도를 많이 찾는 원인이 있을까. 한인우 연구사는 "육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섬이나 반도 근처의 암초를 휴식지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백령도 물범바위, 연봉바위, 두무진은 수중암초가 있고 조류가 빨라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가 생육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초와 해중림 주변에는 조피볼락(우럭), 쥐노래미 등 먹잇감이 풍부하고, 물 밖으로 드러난 암초는 사람이나 백상아리와 같은 외부포식자의 접근이 힘들다"며 "점박이물범 서식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짚었다.

점박이물범들이 백령도 연봉바위 위에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뉴스펭귄
점박이물범들이 백령도 연봉바위 위에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뉴스펭귄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 황해에서 약 8000마리가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가죽, 약재, 고기를 얻기 위한 남획으로 급감해 1980년대 2000마리, 최근에는 1500마리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황해에서 발생하는 멸종 위협 요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번식지 중국 랴오둥만의 유빙 감소, 해양오염, 밀렵, 어족자원 감소 등이 있다. 국내 서식지에서는 관광선박, 어업활동으로 인한 휴식방해 등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동해 연안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한인우 연구사는 "동해에서 나타나는 개체는 동해 북부 러시아 표트르대제만에서 번식한 개체가 대부분"이라며 "표트르대제만 개체군은 약 3300마리 정도인데 이 중 일부가 우리나라 해역으로 남하 회유해 봄부터 가을까지 머무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개체는 동해에 머무르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 서식지를 왕래하기도 한다. 한인우 연구사는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개체 이동 분석 결과, 러시아 연해주 연안에서 머물던 개체가 중국 랴오둥만까지 이동한 사례가 세계 최초로 관찰됐다"며 "황해와 동해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의 개체군 분화가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백령도 까나리 맛을 아는
점박이물범과의 '공존'

하늬해변에서 굴, 다시마 등을 채취하고 있는 주민과 물범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점박이물범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하늬해변에서 굴, 다시마 등을 채취하고 있는 주민과 물범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점박이물범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점박이물범은 어족자원을 두고 백령도 어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이 발견되는 바위는 3곳인데, 동쪽 해안의 물범바위, 남쪽 해안의 연봉바위, 서쪽 해안의 두무진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백령도에 있는 3곳의 어촌이 어업활동을 하는 곳과 장소가 겹친다.

점박이물범과 같은 바다를 쓰고 있는 백령도 어촌의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서 주로 잡아먹는 쥐노래미, 조피볼락, 까나리 등은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어종이기에 양측 모두 양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까나리는 백령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이지만,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을 찢거나 어망에 주둥이를 넣어 까나리를 빼먹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부 어민은 어망에 점박이물범이 주둥이 넣는 것을 방지하려고 철사를 묶어 놓기도 한다.

백령도 어민이 점박이물범이 주둥이를 넣지 못하게 하려고 어망에 철사를 묶어놨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지속적으로 까나리를 뺏기고 있다는 어민 장세광 씨는 "여기 (백령도에) 있는 내내 저런다. (어망 설치를) 해놓으면 뺏어 먹으니까 막기 위해 철사를 대놓기도 한다"며 "피해를 보긴 하지만 주민들도 깨어나고 있다. (점박이물범과) 공존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령도 주민들과 점박이물범의 공존을 위한 노력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매번 어민들이 설치해놓은 어망?을 찢어 까나리 등을 먹는다는 점박이물범들. (사진 )/뉴스펭귄
어민들이 설치해놓은 어망에서 까나리를 꺼내 먹는다는 점박이물범들. (사진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뉴스펭귄

인천녹색연합은 2004년부터 점박이물범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2013년에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인천녹색연합 소모임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하 점사모)'이 만들어졌고, 2019년에는 특별기구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을 조성해 점사모와 함께 '백령도 점박이물범 주민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백령도 하늬해변과 진촌리 마을이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백령도 주민들과 점박이물범의 공존을 위해 녹색연합, 점사모, 백령중·고등학교 등의 단체가 노력해온 결과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생태관광협의체 유신자 대표는 "예전에는 (어업 피해로 인해) 인식이 정말 안 좋았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백령도에 있는 동물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백령도에 대한 자부심으로 조금씩 변해갔다"라며 "공존을 위해서는 어민들이 멸종위기종으로 인해 피해를 볼 때 국가에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백령도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백령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앞서 2011년 제주 중문해수욕장에서 구조된 새끼 점박이물범이 '복돌이'가 백령도 하늬바다에 방사된 2016년 8월 25일을 '점박이물범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기념해오고 있다. 2017년부터는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를 출범해 모니터링, 보호 활동 등에 참여해왔다.

점박이물범 서식지 보호를 위한 해변정화활동은 백령도 주민들로 구성된 점사모, 백령도 점박이물범 생태관광협의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을 비롯해 해양수산부도 함께 하고 있다. 유신자 대표는 "해안에 밀려오는 해양쓰레기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봉사자들이 하늬해변 근처에 수거해둔 해양쓰레기.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봉사자들이 하늬해변 근처에 수거해둔 해양쓰레기.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백령도에서 수시로 점박이물범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박정운 단장은 주민과 점박이물범의 공존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생태관광'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고 상황을 전했다.

박정운 단장은 "백령도는 군사지역이 많고, 어민들과 물범들이 바다에서 같이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업 관련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 채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이 상황에서 점박이물범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생태관광 도입이다. 주민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고 지역사회의 새로운 경제 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게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이라며 "점박이물범이 현장에서 어떻게 먹고 자는지는 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호 방안도 주민들 안에서 나와야 하고, 여기에 학자들의 내용이 연결돼 정책으로 세워지는 게 바람직하다. 쉽지 않지만 그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2025년에는 생태관광체험센터, 물범전망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하늬해변 인근에서 근무하는 지질공원해설사들이 점박이물범 생태관광 안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하늬해변 근처에 있는 지질공원해설사들이 점박이물범 생태관광 안내를 함께 해주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하늬해변 근처에 있는 지질공원해설사들이 점박이물범 생태관광 안내를 함께 해주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점박이물범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 상황

고래연구센터는 모니터링 외에도 사진개체식별방법(Photo-Identification method)으로 개체식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개체식별방법은 개체 간에 발생하는 유의한 외부형질 차이를 사진을 통해 구분하는 방법을 뜻한다. 고래연구센터에서는 점박이물범의 왼쪽 뺨 반점 패턴으로 개체를 식별하고 있다.

한인우 연구사는 "점박이물범의 경우는 얼굴 전체의 반점 패턴이 달라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별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며 "(이 방법으로) 점박이물범의 개체별 서식지 이용 형태를 파악하고 개체수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령도 물범바위 위에 누워있는 점박이물범들. (사진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뉴스펭귄
백령도 물범바위 위에 누워있는 점박이물범들. (사진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뉴스펭귄

이 밖에도 고래연구센터는 백령도, 가로림만에서 선박, 드론을 활용해 사진개체식별방법으로 개체별 생활사를 파악하고,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국내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앞서 2006~2007년에는 중국 랴오닝성 해양수산과학연구원을 방문해 점박이물범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한인우 연구사는 "점박이물범 월동지인 랴오둥만 일대에서 인공위성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 10마리를 방류해 회유경로를 파악하는 연구를 했다"며 "봄철 랴오둥만에서 남하회유를 시작한 개체들이 서해 연안을 따라 남해까지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점박이물범 보고싶다면
기억해야 할 사항들

점박이물범은 주로 백령도의 물범바위, 연봉바위, 두무진에 올라와 휴식을 취한다. 

그중 육안으로 점박이물범을 볼 수 있는 곳은 하늬해변의 물범바위와 2018년 11월 만들어진 인공쉼터다. 하지만 항상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점박이물범을 관찰하기 전에 알아둬야 하는 사항들도 있다. 다음은 2006년부터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 모니터링을 해온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이 전한 조언이다.

점박이물범을 보러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점박이물범을 보러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하늬해변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박정운 단장.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하늬해변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박정운 단장.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1. 안개 

안개, 즉 해무가 가득 낀 날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 영향으로 안개가 가득 끼는 현상이 나타났다.

물범바위가 있는 방향이지만, 해무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자와 함께 한 박정운 단장은 저 안개 너머에 있는 물범바위 위에서 점박이물범들이 잘 쉬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물범바위가 있는 방향이지만, 해무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자와 함께 한 박정운 단장은 저 안개 너머에 있는 물범바위 위에서 점박이물범들이 잘 쉬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박정운 단장은 "육지 쪽 상황이 맑으니 섬 쪽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를 수 있다. 특히 4~6월에는 예측이 어려운 해무가 많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2. 물때

국립해양조사원 등에서 백령도 물때를 확인하고, 물이 빠지는 간조에 맞춰가야 한다. 만조 시간에는 물에 바위가 잠겨서 점박이물범들이 바다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만조 시간대에 찾아간 물범바위. 물이 다 차오를 때까지 점박이물범 한 마리가 끝까지 누워 자리를 지켰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만조 시간대에 찾아간 물범바위. 물이 다 차오를 때까지 점박이물범 한 마리가 끝까지 누워 자리를 지켰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3. 갯골

물이 빠진 간조 시간대에 점박이물범을 관찰하고, 만조가 다가오기 전에 미리 해변을 나가는 것이 좋다.

바닷물이 바다 앞 해변에서부터 차근차근 차오르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갯골을 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여기는 동안 갯골에 물이 차올라서 나가지 못하고 중간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이 빠진 간조 시간대의 하늬해변 전경. 해조류가 있는 바닥을 밟고가면 더 가까이에서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지만 매우 미끄러우므로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물이 빠진 간조 시간대의 하늬해변 전경. 해조류가 있는 바닥을 밟고가면 더 가까이에서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지만 매우 미끄러우므로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4. 지나친 접근 자제

물범바위, 연봉바위, 두무진 주변은 어류 자원이 풍부하고, 일반 미역보다 3배는 더 비싼 질 좋은 해조류들이 자라는 곳으로, 이를 채취하기 위해 다가간 어선으로 인해 휴식 방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박정운 단장은 "어업활동을 위해 바위에 어선이 가까이 가면 점박이물범들은 바위에서 내려오거나, 근처 다른 바위로 이동했다가 어선이 지나가면 다시 올라온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생계를 위한 어업활동이나 학술적인 조사를 위한 접근은 어쩔 수 없지만, 취재나 관광을 위한 접근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뉴스펭귄>도 점박이물범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육지에서 할 수 있는 생태 관찰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백령도 물범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점박이물범들. 바위 위의 물범이 육안으로 확인되기는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는 꼭 망원경을 소지하고 오기를 추천한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백령도 물범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점박이물범들. 바위 위의 물범이 육안으로 확인되기는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는 꼭 망원경을 소지하고 오기를 추천한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고래연구센터에서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한인우 연구사는 "점박이물범 휴식지에 자생하는 수산물을 채취하기도 하고, 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점박이물범 서식에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이 휴식지에 접근하지 않더라도 인근 해상을 빠르게 지나가거나 휴식지에 어구줄이 얽혀있는 경우도 확인됐다. 최근에는 점박이물범 서식지가 점차 관광객들에게 알려지면서 어선을 이용해 물범바위 가까이 접근해 관광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현장 활동가가 전하는
점박이물범의 매력

박정운 단장은 "호기심 있는 모습들이 정말 재밌고 인상적이다. 눈을 반짝이며 쳐다볼 때가 있다"며 "바다에 쓰레기나 부표 같은 게 떠다니면 (점박이물범들이) 저쪽에서부터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들어갔다가 하면서 계속 쫓아가면서 구경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민들이 잠수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 다시마를 채취하고 있으면 근처에서 가만히 구경을 하거나, 가끔은 와서 살짝 건드리고 쳐다보기도 한다는 얘기를 전해준다"며 "적정한 거리만 유지하면 충분히 같이 바다에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1~3년생 어린 점박이물범들은 주름이 없는데, 조금 나이가 있는 점박이물범들은 몸을 접을 때 옆구리나 목에 주름이 잡힌다"며 연륜이 꽤 있어 보이던 점박이물범과의 특별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한 번은 배를 타고 휴식지 조사를 갔다. 다른 개체들이 다 (바위에서) 내려갔는데 한 마리가 안 내려가고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라"며 "그 물범은 백령도를 한두 번 온 게 아닌 것 같았다. 야생에서 30~40년을 산다고 하니까 경험상 저 배는 여기 좀 있다가 그냥 지나가겠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배 위에서 물결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우리를 따라 시선을 이동하더라. 그 순간 내가 사람이고 쟤가 물범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종으로서 서로 마주 보는 느낌이 들었다"며 "가끔 눈을 보다 보면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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