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품던 수컷 흰머리수리, 진짜 아빠 되다

  • 남예진 기자
  • 2023.04.17 12:36
흰머리수리 새끼를 입양한 머피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흰머리수리 새끼를 입양한 머피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미국 비영리단체 세계조류보호소(World Bird Sanctuary)는 알 대신 돌멩이를 품던 흰머리수리 '머피(Murphy)'가 새끼를 입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세계조류보호소는 날개 부상으로 영구적으로 보호 받게 된 머피가 호르몬의 작용 때문에 둥지를 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돌멩이를 품던 흰머리수리 머피와 그가 품고 있던 돌멩이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왼쪽부터 돌멩이를 품던 흰머리수리 머피와 그가 품고 있던 돌멩이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흰머리수리는 10~4월에 알을 낳고, 성별과 관계없이 새끼를 돌보기 때문에 둥지를 짓고 알을 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알이 아닌 '돌멩이'를 품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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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머피의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새끼를 얻지 못하는 머피가 안타깝다"며 짝을 붙여주거나 알 혹은 새끼를 입양해 주는 것이 어떤지 의견을 냈다.

이에 보호소 측은 "이는 호르몬의 작용이기 때문에 머피는 돌멩이가 부화하지 않는다고 슬퍼하진 않을 것이며, 머피처럼 보호소에 살고 있는 암컷 흰머리수리들이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수리가 돌보고 있는 알이나 새끼를 얻기 힘들며, 머피는 31년 평생 새끼를 돌본 적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머피가 돌멩이를 위해 다른 독수리들을 위협하고 공격하자 보호소는 다른 독수리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우려해 머피와 돌멩이를 격리했다.

흰머리수리 23-126 구조 직후 모습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흰머리수리 23-126 구조 직후 모습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회복과정을 거친 흰머리수리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보호소 측은 회복과정을 거친 흰머리수리 23-126을 새끼용 우리에 넣은 후 머피와 서서히 합사시켰다. (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같은 시기 폭풍우에 둥지가 휩쓸려간 새끼 흰머리수리 '23-126'이 구조돼, 보호소 측은 머피를 진정시키고 보호가 필요한 새끼를 위해 둘을 합사하기로 결정했다.

보호소 CEO 돈 그리퍼드(Dawn Griffard)는 "머피는 합사 후 새끼를 1시간 정도 관찰했지만, 새끼가 먹이를 보채자 부모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밝혔다.

이어 "머피는 이제 막 아빠가 됐기 때문에 아직 서툰 부분도 많지만, 새끼와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람들은 머피가 돌보는 새끼의 이름을 돌멩이(Rock)에서 따와 '로키(Rocky)'라 부르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세계조류보호소는 "구조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이면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에 이름을 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에게 이름을 붙일 경우 야생동물을 친숙하게 여긴 사람들이 사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이름 붙이기를 권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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