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렴"…애끓는 부성애로 돌멩이 품는 흰머리수리

  • 남예진 기자
  • 2023.04.03 13:55
흰머리수리 머피는 날개를 다쳐 1992년부터 보호소에서 살고 있다. (사진 World Bird Sanctuary 페이스북)/뉴스펭귄
흰머리수리 머피는 날개를 다쳐 1992년부터 보호소에서 살고 있다. (사진 World Bird Sanctuary 페이스북)/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미국 비영리단체 세계조류보호소(World Bird Sanctuary)에서 보호 중인 수컷 흰머리수리의 독특한 행동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세계조류보호소는 흰머리수리 '머피(Murphy)'가 바닥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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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는 1992년 날개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비행을 할 수 없는 새로 세계조류보호소에서 다른 흰머리수리들과 함께 보호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흰머리수리는 10월에서 4월 사이에 알을 낳으며 성별과 관계없이 새끼를 돌보기 때문에 머피의 행동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머피는 돌멩이를 마치 알처럼 굴릴 뿐 아니라, 둥지를 보수하고 다른 독수리들을 경계했다.(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머피는 돌멩이를 마치 알처럼 굴릴 뿐 아니라, 둥지를 보수하고 다른 독수리들을 경계했다.(사진 World Bird Sanctuary)/뉴스펭귄

하지만 머피가 돌보는 것이 평범한 알이 아니라 '돌멩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다른 독수리들이 새끼들이 튼튼하게 자라나게 하기 위해 알을 뒤집듯 수차례 돌멩이를 뒤집었다.

또한 둥지를 보수하거나 다른 독수리를 경계하는 등 진짜 새끼를 돌보듯 돌멩이에 지극정성을 쏟아부었다.

머피의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머피의 돌멩이를 진짜 알이나 새끼 독수리로 바꿔 달라"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보호소 측은 "다른 독수리가 돌보고 있는 알이나 새끼를 데려오기는 힘들며, 머피가 새끼를 제대로 돌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머피가 돌멩이를 알처럼 돌보는 모습에 동정심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저 호르몬에 의한 일시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라며 "돌멩이에서 새끼가 부화하지 않는다고 머피가 슬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호소 측은 머피와 돌멩이가 유명세를 타자 "많은 독수리들이 납탄으로 사냥된 동물 사체를 섭취하면서 납 중독으로 위험에 빠지고 있다"라며 "납 중독으로 고통받는 독수리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달라"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2년 미국 지질조사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흰머리수리와 검독수리의 약 50%가 납으로 오염된 먹이를 섭취하고 있다.

그로 인해 독수리들은 균형감각과 체력이 훼손될 뿐 아니라, 비행, 사냥, 생식기능에도 장애를 겪으며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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