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기후위기 심각성 언제 가장 체감할까

  • 이후림 기자
  • 2023.04.14 18:27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한국에 이상기후가 발생할 때 기후위기 심각성을 체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멸종위기·기후위기 전문매체 뉴스펭귄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기후위기 심각성과 경각심을 언제 가장 느끼는가'를 주제로 자체 설문조사 '핑크펭귄폴'을 진행했다.

핑크펭귄폴은 시민들의 환경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뉴스펭귄이 매달 추진하는 설문조사 플랫폼이다. 뉴스펭귄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하단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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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차를 맞은 이번 설문조사는 '기후위기 심각성 체감'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시민 총 150명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 참여자 29.3%(44명)가 한국에 홍수, 산불, 가뭄 등 이상기후가 발생할 때 기후위기 심각성을 가장 크게 체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봄, 가을이 짧아지는 것을 느낄 때 (21.3%) △빙하와 만년설이 녹는 등 극지 피해가 보고될 때(14.7%) △빈번한 홍수, 산불, 가뭄 등 외국 사례를 접할 때(12.7%) 등이 뒤를 이었다.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항목을 선택한 시민도 2명 있었다.

 핑크펭귄폴 투표 결과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핑크펭귄폴 투표 결과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유엔개발계획(UNDP)이 2021년 50개국 12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분의 2는 기후위기를 '국제적 비상사태'로 여긴다고 답했다. 실제 국제사회는 전 지구적으로 매년 증가하는 이상기후 발생에 큰 우려를 제기하며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각종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기상청이 발간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는 유례없던 이른 열대야와 폭염, 가뭄, 폭우, 태풍 등을 경험한 한 해였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는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남부지방 가뭄, 초강력 태풍 등을 경험하며 기후위기 심각성을 체감하고,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핑크펭귄폴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에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질수록 시민들도 기후위기 심각성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중 지난해 8월 발생한 수도권 집중호우는 이상기후 피해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서울시 강남구에는 시간당 116㎜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 중인 독자 C씨는 "살면서 처음 겪어본 침수 피해"라며 "그동안 뉴스에서나 접한 내용을 직접 겪은 건 처음이었고 대처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자연재해 규모를 느낄 수 있었다. 기후위기 공포를 몸소 체감했던 첫 경험"이라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봄, 가을이 짧아지는 것을 느낄 때 기후위기를 체감한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실제 기상청은 지난해 잦았던 집중호우를 언급하며 "기후위기로 한국에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징후가 있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남쪽으로부터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기상청 설명대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 봄, 가을, 겨울은 자연스레 점점 사라지게 된다. 일각에선 또렷했던 우리나라 4계절이 흐릿해지면서 여름날씨가 이미 열대성 기후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적어도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 진행 중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줄지 않으면 21세기 후반(2081~2100년)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일부 도시에서 겨울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최남단 제주도의 경우 여름 길이가 200일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겨울이 사라지고 사실상 열대지방으로 변한다는 예측이다.

봄, 가을 실종은 한반도 전역에 걸쳐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매년 빨라지고 있는 벚꽃 개화도 이상고온을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봄, 가을이 짧아지는 것을 느낄 때 기후위기를 체감한다는 답변을 채택한 독자 S씨는 "봄옷을 입을 새도 없이 지나가는 기분"이라며 "올해 벚꽃을 보러 대전에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꽃이 봄비에 젖어 이미 떨어져 버렸다고 해서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앞으로 기후위기를 몸소 체감하는 시민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호주 기후위험 분석업체 엑스디아이(Cross Dependency Initiative)가 발표한 '2050년 기후위기로 피해 입을 전 세계 상위 100개 지역'에 경기도가 66위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당장,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됐다. 그간 기후위기 대응은 당장 시급한 현안 앞에 뒤로 밀려나는 '장기 위험'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인류 생존과 지구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비상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래로 미룰 수 없는 국제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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