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기후변화 대응 리더로 거듭날까

  • 김지현 기자
  • 2023.04.14 17:16
2017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그룹 총재 지명인 (사진 World Economic Forum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2017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그룹 총재 지명인 (사진 World Economic Forum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세계은행그룹 춘계총회가 현지시간 10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아제이 방가(Ajay Banga)를 세계은행그룹의 새로운 총재로 지명한 후 첫 총회다.

이번 춘계총회의 핵심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은행 개혁이 논의된다는 점이다. 이번 총회에서 세계은행그룹은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은행의 목표를 수정하고 은행의 대출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춘계총회에서 이사국 정부와 은행 관계자들은 회계기준을 변경해 10년간 500억달러(약 65조5천억원) 추가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렇게 되면 세계은행그룹은 개발도상국 기후위기 대응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그 중에서도 핵심은 그룹 내 가장 큰 은행인 국제부흥개발은행(이하 IBRD)의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20%에서 19%로 낮춰 동일한 자본금으로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은행 개혁을 이끄는 개발위원회는 지난 달 30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계획을 통해 IBRD가 개발도상국에 연간 40억달러 이상을 더 빌려줄 수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기후위기 대응 사업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 운영위원회는 이 같은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세계은행의 진화 로드맵을 다룬 '진화 포럼'에 참석해 세계은행의 임무가 회계기준 변경으로 더욱 강화됐지만 기후변화나 팬데믹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으려면 더욱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다른 운영위원 역시 은행의 개혁방안을 환영하며 오는 10월에 열리는 세계은행 연례 총회까지 추가적인 노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23년 세계은행 춘계총회에서 진화 로드맵을 다룬 진화 포럼 (사진 World Bank 트위터)/뉴스펭귄
​2023년 세계은행 춘계총회에서 진화 로드맵을 다룬 진화 포럼 (사진 World Bank 트위터)/뉴스펭귄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더욱 근본적인 은행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총회 개최 전인 5일, 49개 환경단체 연합 ‘빅시프트글로벌(The Big Shift Global)’은 성명을 통해 세계은행그룹에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기후기금을 마련해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직접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빅시프트글로벌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화석 연료 사업에 연평균 13억달러를 지원했고 다른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단체는 세계은행을 향해 직간접적인 화석연료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단체는 기후정의를 구현하려면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대출 프로그램이 아니라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마련한 기후기금으로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세계은행그룹 본사 앞에서 석탄투자 철회 퍼포먼스를 하는 환경단체 (사진 The Big Shift Global 트위터)/뉴스펭귄
12일 세계은행그룹 본사 앞에서 석탄투자 철회 퍼포먼스를 하는 환경단체 (사진 The Big Shift Global 트위터)/뉴스펭귄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자개발은행 개혁은 앞서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당시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총리 미아 모틀리(Mia Mottley)는 현재 지구가열화의 책임은 부유한 국가들에 있는데도 가난한 국가들이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 금융기구들이 대출이 아니라 선진국으로부터 마련한 자금으로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리지타운 안건'으로 알려진 이 캠페인은 세계은행의 주요 주주인 미국, 독일, 인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에 세계은행그룹은 본격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18일 '진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극심한 빈곤을 종식시키고 공동 번영을 촉진한다는 현재의 두 목표를 넘어서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한 사안을 세계은행의 목표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춘계총회 이후 세계은행의 새로운 목표와 구체적인 개혁안이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