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푸드 프린팅, 지속가능한 식품 미래 이끌까?

  • 남주원 기자
  • 2023.04.16 00:00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3D 프린터로 만든 식물성 식품이 지속가능한 먹거리 해결책이 될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3D 프린팅으로 비건 치즈케이크를 만들었다. 3D 프린팅 기술로 음식을 만드는 것, 일명 '3D 푸드 프린팅'의 가능성과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3D 프린팅은 3차원으로 만든 설계도와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원재료를 조형해 실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플라스틱이나 금속 같은 재료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식품 원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푸드 프린팅이 미래 선도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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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3D 푸드 프린팅이란 식용 재료를 프린터의 잉크로 사용하는 개념으로, 재료를 압출해 원하는 모양이나 디자인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식용 잉크로 딸기잼, 바나나 퓌레, 그레이엄 크래커 페이스트, 체리 드리즐, 누텔라, 땅콩버터(땅콩·설탕·식물성유지·정제소금로 만듦), 설탕 프로스팅 등 7가지 재료를 겹겹이 인쇄해 일곱 겹짜리 케이크를 만들었다. 만드는 데 소요된 시간은 단 30분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프린터에 베이킹 기능이 있는 레이저가 장착됐다는 점과 세계 최초 3D 프린팅으로 만든 식물성 치즈케이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3D 푸드 프린팅 기술은 레이어드 케이크처럼 다층 인쇄가 필요한 식품 유형에서 각별히 실용적일 것으로 기대됐다.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이 7가지 재료를 3D 프린팅해 만든 케이크 (사진  npj science of food - Jonathan Blutinger)/뉴스펭귄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이 7가지 재료를 3D 프린팅해 만든 케이크 (사진  npj science of food - Jonathan Blutinger)/뉴스펭귄

연구진은 3D 프린팅이 육류를 대체할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서 무수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커스터마이징(사용자 맞춤 제작)이 가능하므로 실제 육류와 비슷한 질감과 맛을 더욱 정밀하게 구현하는 데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 건강, 윤리적(동물권)인 이유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있다. 대체육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과 대기오염 수준이 기존 육류에 비해 현저히 적고, 토지도 적게 사용된다는 이점으로 기후위기 시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산림을 벌채하거나 동물을 죽일 필요가 없어 공장식 축산업과 도살에 대한 대안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3D 푸드 프린팅은 영양 성분을 조절함에 따라 음식으로 인한 질병 위험을 줄이고 식품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의 영양학적 요구사항과 기호를 충족할 수 있다. 

또 사람의 손길이 줄어드니 식품 위생을 더 높이는 데다가 사용자가 먹고 싶은 재료만 인쇄하면 되므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공정 과정에서 열, 빛, 산소 등을 밀리미터 단위로 제어할 수 있어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식물성 연어 필렛 (사진 Revo Foods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3D 프린팅으로 만든 식물성 연어 필렛 (사진 Revo Foods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3D 푸드 프린팅의 한계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연구진은 기존 기술이 한 번에 제한된 수의 재료만 처리할 수 있으며 레시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고 언급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더욱 구체적인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컬럼비아대학교가 내놓은 연구 내용과 다르게 3D 프린팅 식품의 보관 기한이 일반 식품보다 길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3D 프린터로 만든 음식의 경우 품질이 보다 빠르게 저하돼 패스트푸드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연구 주요 저자인 조나단 블루팅거(Jonathan Blutinger)는 "3D 푸드 프린팅은 아직 초기 기술이기 때문에 식품 카트리지 제조업체, 다운로드 가능한 레시피 파일 그리고 이러한 레시피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 등 지원 산업의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D 푸드 프린팅은 요리의 차세대 개척지가 될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식품과학저널(NPJ Science of Food)에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비건 버거 (사진 SavorEat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3D 프린팅으로 만든 비건 버거 (사진 SavorEat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한편 3D 푸드 프린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했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미개척 분야로 여겨진다. 

미국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3D 푸드 프린팅 시장은 연평균 52.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31년까지 151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해외에서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3D 프린터로 비건 식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식품기술업체 세이버릿(SavorEat)은 3D 프린팅으로 '비건 버거'를 선보였다. 식물성 식재료가 들어간 카트리지를 3D 프린터에 넣어 만든 버거다. 단백질과 지방량 등을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6분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스라엘 식품개발 스타트업 리디파인미트(Redefine Meat)는 3D 프린터에 코코넛 지방, 해바라기유 등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비건 스테이크'를 개발했다. 

오스트리아 식품기술회사 레보푸드(Revo Foods)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완두콩과 해조류 추출물 등으로 만든 '식물성 연어 필렛'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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