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지구 구할 무기이자 치료제" 사진작가 다비드 톄신스키

  • 남주원 기자
  • 2023.04.09 00:00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어제는 벚꽃이 흐드러져 '벌써 봄이 왔나' 싶다가, 오늘은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아직도 겨울인가' 싶은 날들이다.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과 손끝의 온도가 가닿은 곳은 서울 중구 한 갤러리였다.

2월 끝자락부터 이달 7일까지 KF갤러리에서 열린 <오늘로부터의 세계>展에는 체코 사진작가 다비드 톄신스키(David Tešinsky) 작품 17점이 걸려 있었다.

우크라이나 교전 지역과 브라질 아마존 화재 산림, 자메이카와 가나 빈민가 등 쓰라린 지구촌 현실… 1990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곳곳을 찾아가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와 하위문화,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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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올해의 보도사진상 우수상을 비롯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PDN스토리텔러상 등을 수상했다. 가디언, 바이스, 르 몽드, 허핑턴포스트 등 해외 유명 매체에도 다수 소개되며 주목받는 작가다.

뉴스펭귄은 지난달 현장취재 기사 <톄신스키 사진전, 오늘 바로 가야 할 이유>를 통해 이 전시회와 지속가능개발목표(이하 SDGs)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이후 한 달 남짓 지난 최근, 마침내 여유가 생긴 톄신스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톄신스키는 뉴스펭귄과 인터뷰에 "사진을 고정관념과 혐오증을 없애는 무기로, 눈을 뜨게 하는 치료제로, 즐거움을 주는 케이크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의 외로움과 행복은 렌즈를 길목 삼아 세상에 투영됐다. 사람들이 그의 눈을 통해 포착된 현실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톄신스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적어도 예술, 창작, 사진에 관해서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지만 동시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였다. 톄신스키는 사람들이 사진에서 진동과 힘을 느끼고 각자의 느낌을 공유하길 바랐다.

"주로 환경문제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이슈들로부터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가장 관심 있던 환경 이슈는 탄광 운동. 현재는 지구촌 주요 문제들에 동등하게 관심이 있어요."

'기후변화 대응',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안전한 물', '친환경 에너지', '육상 생태계', '해양 생태계' 등 17가지 SDGs에 대해서도 우선순위를 가릴 것 없이 전부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특히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를 묻자 톄신스키는 "사진마다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모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위 두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첫 번째 사진 속 주인공은 브라질 아마존에 사는 후니쿠이 부족이다. 아마존 숲이 삶의 터전인 원주민들은 갈 곳을 잃은 채 걷고 있다. 

"탐욕스러운 농부들이 의도적으로 불태웠죠." 작가는 고의적인 산림 화재로 후니쿠이족이 희생당하고 있는 실태를 고발했다. 인간의 탐욕은 더 많은 농경지와 목초지를 얻기 위해 숲을 불태우고 있다.

두 번째 사진 속 남성은 피터(Peter)라는 이름을 가진 선원이다. 작은 보트를 타고 유럽에서 카리브해까지 대서양을 항해한 인물로, 그가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은 무려 30명이 넘는다고 한다.

톄신스키에 따르면 피터는 유통기한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식품들을 찾아 먹기 때문에 새로운 음식을 살 필요성을 못 느낀다. 작품에 나온 장소는 프라하 인근 대형마트 뒤편에 있는 쓰레기통이다.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사진 David Tešinsky 제공)/뉴스펭귄

Q. 프라하 국민의 환경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어떤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신경을 써서 커뮤니티에 굉장히 의존해요. 많은 사람들이 소비사회의 문제를 깨닫고 활동가로 돌아오고 있죠."

Q. 체코 정부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A.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쓰레기로 가득 차 있어서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결코 알 수 없어요."

인터뷰 말미에 톄신스키는 한국 관객들과 뉴스펭귄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에서 전시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려요.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생기면 기쁠 것 같아요.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제가 너무 독립적으로 살아서 한두 달 후 일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다만 사진을 통해 '대중을 위한 메신저'로 이 일을 하다 보니, 늘 어딘가에는 저를 위한 길이 있더라고요."

[다비드 톄신스키 작품은 그의 공식 웹사이트소셜미디어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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