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과 이름 같은 멸종위기 생물 4종

  • 남예진 기자
  • 2023.03.18 00:15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과학계에서는 신종 생물을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학명을 붙이며, 국제동물학명명규약(ICZN)과 해조류, 곰팡이, 식물국제명명법(ICBN)에 따라 최초발견자가 이름을 붙이는 게 관행이다.

보통 발견 장소를 토대로 학명을 짓지만, 비욘세, 레이디 가가, 오바마, 그레타 툰베리 등 유명 인사나 포켓몬스터, 스타워즈 캐릭터와 같이 가상 인물의 이름을 차용하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 상대를 존경하거나 애정하는 의미로 붙이는데, 단기간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 보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사용된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실제로 유명인의 이름을 사용한 생물 중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일부를 소개한다.

 

1. 우바리옵시스 디카브리오(Uvariopsis dicaprio)

과학자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우바리옵시스 디카브리오라는 학명을 붙였다.(사진 Uvariopsis dicaprio (Annonaceae) a new tree species with notes on its pollination biology, and the Critically Endangered narrowly endemic plant species of the Ebo Forest, Cameroon)/뉴스펭귄
과학자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우바리옵시스 디카브리오라는 학명을 붙였다.(사진 Uvariopsis dicaprio (Annonaceae) a new tree species with notes on its pollination biology, and the Critically Endangered narrowly endemic plant species of the Ebo Forest, Cameroon)/뉴스펭귄

지난해 큐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은 2022년 카메룬 에보숲에 서식하는 열대 나무에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의 이름을 붙였다.

당시 카메룬 정부는 벌목을 위해 숲을 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SNS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레오나르도를 통해 이 소식이 확산되면서 에보숲 벌목 방지 캠페인이 추진력을 얻었고, 결국 벌목 계획이 철회됐다.

이에 과학자들은 "열대우림을 구하는 데 도움 준 디카프리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해당 종은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카메룬 에보숲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 종으로 등재돼 있다.

 

2. 베마라하양털여우원숭이(Avahi cleesei)

베마라하양털원숭이의 학명은 아바히 클리세이로 존 클리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사진 New Species of Woolly Lemur Avahi (Primates: Lemuriformes)in Bemaraha (Central Western Madagascar))/뉴스펭귄
베마라하양털원숭이의 학명은 아바히 클리세이로 존 클리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사진 New Species of Woolly Lemur Avahi (Primates: Lemuriformes)in Bemaraha (Central Western Madagascar))/뉴스펭귄

1990년 취리히대학교 연구진은 영국 코미디언인 존 클리스(John Cleese)의 이름을 따서 해당 종의 학명을 지었다.

연구진은 "존 클리스가 다큐멘터리 영화 '본 투 비 와일드: 존 클리즈와 함께하는 여우원숭이 활동' 촬영을 통해 여우원숭이가 처한 곤경을 홍보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라고 전했다.

한편 베라마하양털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에서만 서식하며,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개체수가 30% 이상 사라진 상태다.

현재 IUCN 적색목록에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등재돼 있다.

 

3. 스카이워커흰눈썹긴팔원숭이 (Skywalker Hoolock Gibbon)

가상 인물의 이름을 사용한 스카이워커흰눈썹긴팔원숭이 (사진 위키미디어)/뉴스펭귄
가상 인물의 이름을 사용한 스카이워커흰눈썹긴팔원숭이 (사진 위키미디어)/뉴스펭귄

2017년 미국 영장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rimatology)에 스타워즈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Skywalker)’에서 이름을 따온 긴팔원숭이가 발표됐다.

과학자들은 "스타워즈 팬이기도 하지만, 해당 종의 중국명 '天行'이 하늘을 걷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은 마크 해밀(Mark Hamill)은 “자랑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종은 미얀마 동부와 중국 남서부에 서식하며 삼림벌채에 의한 서식지 감소, 뇌전증 치료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밀렵당하고 있다. 현재 IUCN 적색목록에 ‘위기(Endangered, EN)’로 등재된 상태다.

 

4. 아놉탈무스 히틀러리(Anophthalmus hitleri)

아돌프 히틀러의 지지자가 이름 붙인 딱정벌레(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아돌프 히틀러의 지지자가 이름 붙인 딱정벌레(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1933년 독일 아마추어 곤충학자인 오스카 샤이벨(Oscar Scheibel)은 슬로베니아 동굴에서 발견한 곤충을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를 기리기 위해 아놉탈무스 히틀러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해당 종은 특별한 특징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이름 때문에 박물관들이 전시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현대에는 나치즘을 지지하는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완벽하게 보존된 표본이 1200파운드(약 190만원)에 거래되면서, 수집가들이 딱정벌레의 서식지를 침범할 뿐 아니라, 박물관에 전시된 표본도 대다수 도난당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슬로베니아 생물학자들은 여름마다 곤충을 잡으러 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해당 종의 서식지인 동굴을 폐쇄하고, 학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 로버트 폴린 교수는 "학명에 유명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문화와 세대, 사회·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긴 세월이 지난 후에도 매력적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사람이 누군가에겐 부정적인 인물일 수도 있으며, 하루아침에 평판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유명인의 이름보다는 해당 종의 외형이나 발견 장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라고 주장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