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펭의 지구인’터뷰⑫] "슈퍼푸드 김, 이젠 땅에서 키워요" 스마트씨코리아 대표

  • 남주원 기자
  • 2023.03.03 17:38
스마트씨코리아 김일준 대표를 연남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이상철 기자)/뉴스펭귄
스마트씨코리아 김일준 대표를 연남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이상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이제는 해도 되는 시기가 왔어요. 김 양식의 새로운 분기점에 섰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바다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과 폐염산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사람이 있다. 세계 최초 '육지형 김양식 거치대'를 발명한 스마트씨코리아 김일준(43) 대표다.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김은 '바다의 반도체'라고 불릴 만큼 수출 식품 1위를 자랑한다. 한국 김이 전 세계 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가 대한민국이 김 수출로 번 돈이 8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실로 대단하다.

우리에겐 너무나 친숙한 먹거리이기 때문일까? 김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치와, 반대로 김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일어나는 환경문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김 양식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가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지고 김 세척제로 쓰이는 폐염산은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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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구가열화로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김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히 유입되지 못하는 탓에 김이 하얗고 누렇게 변하는 황백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태풍이나 가뭄 등 자연재해에도 속수무책이다.

이에 김 대표는 바다를 대체할 육지형 김양식 거치대를 세상에 내놓았다. "바다에서 잘 안되고 있고, 수요는 늘어나고 있고, 육지에서 키울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이 있어요." 수익성과 해양보호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살면서 한 번도 김에 대해 깊게 관심 가져본 적 없던 기자가 그를 직접 만나봤다. 궁금했다. 어떤 사람이길래 김에 이토록 집중하는지, 육지형 김양식 거치대는 도대체 무엇인지. 

(사진 이상철 기자)/뉴스펭귄
(사진 이상철 기자)/뉴스펭귄

#1장. 지리산 산골짜기 토박이

"지리산에서 나고 자랐어요. 전북 남원시 지리산 뱀사골이요. 계곡이 집 바로 앞에 있고 봄에는 진달래,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 어렸을 적부터 자연 속에 살았어요." 

지리산 토박이인 그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전부 청정 자연이었다. 꿀과 산삼, 고로쇠, 송이버섯 등 지천에 지리산 특산물이 가득했으니, 컴퓨터를 좋아하던 일곱 살 소년의 몸에는 장사가 자연스럽게 뱄다. 이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군대 전역 후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했다. 당시 2000년대 초반으로 인터넷 쇼핑몰이 생소했던 시절이다. 처음에는 친환경 지리산 농수산물을 팔다가 점차 전국 팔도 특산품으로 넓혀갔다.

사실 쇼핑몰이기 이전에 지리산 여행 정보 포털사이트 개념으로 개설한 것이었다. 사진과 여행이 취미였던 그는 직접 10m 단위로 등산 코스를 촬영해 안내할 정도였다. 이후 지리산 맛집과 숙박 정보를 공유하다가 사업 아닌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그렇게 국내 농수산물과 친환경 제조·유통 사업에 몸담아온 지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다.

스마트씨코리아 김양식 거치대 (사진 스마트씨코리아)/뉴스펭귄
스마트씨코리아 김양식 거치대 (사진 스마트씨코리아)/뉴스펭귄
(사진 스마트씨코리아)/뉴스펭귄
(사진 스마트씨코리아)/뉴스펭귄

#2장. 김 양식, 친환경적으로 스마트하게

그는 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나 보였다. 김에 문외한인 나에게 자신의 핸드폰 속 이런저런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김에 대해 설명했다. 해초와 해조의 차이부터 환경문제를 지나, 스마트씨코리아의 육상 김 양식장을 소개했다.

우선 김양식을 하는 방식에는 지주식과 부류식 두 방식이 있다. 지주식은 수심이 얕은 갯벌에서 김발을 설치하는 방식이고, 부류식은 스티로폼 부유물을 띄워 그물에서 자라게 하는 방식이다. 스마트씨코리아의 김양식 거치대는 이 두 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보완해 만든 것이다. 

Q. 육지형 김 양식,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다. 스마트씨코리아 김양식 거치대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A. "3000평에 달하는 바다 양식장 면적을 단 5평에 축소시킨 반면 생산성은 2.4배 높아요. 김을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 동안만 양식할 수 있는 바다와 달리 연중 내내 양식 가능하고요. 

또 센서를 통해 김이 잘 자라는 최적의 수온과 광량을 유지하니까 품질 좋은 김을 대량 생산할 수 있죠. 김 세척을 위한 폐염산제도 필요 없고, 친환경 유기농 양분으로 안전하게 가공해요. 김이 제일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니 안 자랄 수가 없겠죠."

김 대표는 특히 그들의 육상 양식장이 '필터링' 역할을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히려 바닷물을 깨끗하게 정화해서 내보내므로 환경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실제로 이 김양식 거치대는 폐염산으로 인한 해수환경 황폐화 우려가 없는 점 등을 인정받아 국내 특허 등록이 돼 있다.

김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고급 간식, 슈퍼 푸드로 큰 인기를 끌어 한국 김이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는 'K-김'의 비전과 위력을 알아보고 이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진 스마트씨코리아)/뉴스펭귄
(사진 스마트씨코리아)/뉴스펭귄

#3장. 가보지 않은 길

지난 20여년 동안 농특산품을 시작으로 비건 화장품과 친환경 면생리대, 기저귀, 멀칭지 등을 제조하고 유통해 왔다. 바이오플락(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양식 기술) 양식장도 운영했다. 그렇게 2019년 11월, 김 사업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Q.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해왔다. 그때의 경험담이 궁금하다.

A. "우선 대중적이지 않으니 알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죠. 시작하고 또 그걸 유지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경쟁력과 비전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오래갑니다.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면생리대 같은 경우는 국내에 관련 시장도 없을 때였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었죠. 혁신을 해나가며 갖은 고초를 겪었어요. 마루타가 됐죠."

그럼에도 그는 일회용 생리대에 들어가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꼬집으며 당시 한 고객에게 '생명의 은인' 소리까지 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장 눈앞의 돈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노하우는 많지만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지인 스마트씨코리아의 육지형 김 양식도 마찬가지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김 대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같이의 가치'를 강조했다.  양식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연구해서 한국 김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였다. 함께의 힘을 믿는 태도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Q.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환경문제 중 무엇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A. "기후 문제. 더 나아가서는 식량문제, 전염병 등이요. 그런데 심각성을 떠나서 근본적으로 결국 이 문제들이 다 하나에요. 어떤 특정한 것의 문제가 아니죠. 

의식과 경각심을 가지고 생활을 바꿔야 해요. 당장이 아니라 조금씩 사소한 습관에서 다 같이 노력해야 해요. 평생 지속돼야 하는 부분들이죠. 지구와 우리는 하나에요. 지구에게 하는 것들이 결국 우리에게 전부 돌아와요." 

(사진 이상철 기자)/뉴스펭귄

#4장. 숫자를 믿어요

"숫자나 데이터가 몸에 배어 있어요." 김 대표는 스스로 숫자에 강한 것 같다고, 수학과 과학 쪽에 특화돼 있다고 웃어 보였다. 통계하고 분석하고 예측해서 정확한 데이터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

그에 따르면 바다 김 양식은 통제와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대개 하늘에, 운명에 맡긴다고 한다. 하지만 김 양식장에 피해가 잇따르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어민들의 생계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고.

김 양식이 겨울철에만 가능한 데다가 지구가열화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어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가장 일차적인 소망이다. 김 대표는 "자연에 맡기고 감으로 하면 발전이 없다"며 수온, 조도, 양분 등 수치를 김이 제일 좋아하는 환경으로 개선하고 보완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환경보호에 대해서도 '일회용 빨대 쓰지 마라', '비닐봉지 대신 종이백 써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소신 발언했다. 몇 회 이상 썼을 때 환경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내서 알리고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고 써야지, 무조건적으로 쓰면 안 돼요. 강제로 하면 오래 못 가요."

우여곡절 많은 인생, 좌우명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재단을 설립하고 싶어요. 관련 업종에 있지만 경제적 여건 등으로 못하시는 분들... 그들의 환경을 개선하고 삶을 윤택하게 해주도록 돕고 싶어요. 더 큰 야망이라면 지구 환경을 더 좋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우리도, 지구도 다 같이 잘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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