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광경" 제주들불축제 반대하는 시민들

  • 조은비 기자
  • 2023.03.04 00:00
2019년 제주들불축제 (사진 제주시 제공)/뉴스펭귄
2019년 제주들불축제 (사진 제주시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제주도 대표축제 중 하나인 제주들불축제에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는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희망을 품은 제주들불, 세계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한다고 최근 밝혔다.

제주들불축제 셋째 날인 11일에는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새별오름에서 달집태우기, 오름 불놓기 등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새별오름의 면적은 약 52만㎡로, 불로 태우는 면적은 약 30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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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봄이 오기 전에 불을 놓아 방목지의 해충을 없애는 제주 전통 목축문화 '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액운을 없애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시는 4년 만에 대면으로 행사를 열기 위해 지난달 28일 제주서부소방서와 합동 주관으로 한라병원, 제주지방기상청, 서부경찰서 등 8개 유관기관이 참여한 재난대응훈련을 실시하는 등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도 환경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로 축제 주제관에서 재활용품 나눔장터, 쓰레기 줄이기 홍보관을 운영하고 쥐불놀이는 LED로 대체했다. 마지막 날에는 플로깅 페스타, 묘목 나눠주기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제주시 공식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들불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의 반대 요청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제주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시민들의 반대 요청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제주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제주들불축제를 홍보하는 제주시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도 반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 오후 5시 기준 약 2000명이 참가한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기후평화행진 엄문희 씨는 "예전에는 목축문화의 일부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이 없고, 오로지 관광, 행사 명목으로 산을 태우는 것"이라며 "(이 축제로) 피해를 입을 동식물이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그는 "사전답사를 갔을 때 억새 같은 풀에 새들이 많이 있었다. '불 지를 때 새들은 날아가니까 불에 안 타' 이렇게 말할 게 아니다. 은신처, 먹이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오름은 대부분 지하로 물이 흡수되기 좋다. 그러면 불을 내기 위해 사용된 유독물질, 기름 등이 지하수에 유입될 수 있다. 제주는 말 그대로 한 그릇에 물을 나눠 마시는 지하수 공동체인데 관청이 나서서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서식지가 불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박수 치고 좋아하는 걸 어떤 동물이 좋아하겠나"라며 "'친환경 축제',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축제'라는 타이틀로 알리는 것이 기괴하다"라고 말했다.

제주들불축제 (사진 제주시 제공)/뉴스펭귄
제주들불축제 (사진 제주시 제공)/뉴스펭귄

과거 목초지에서 행해졌던 방애는 가축에게 먹일 풀이 잘 자라나게 하기 위해 기름을 붓거나 화약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제주들불축제에서는 새별오름에 불길이 퍼질 수 있도록 화약을 사용하고 있고, 기름을 부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국장은 "불을 놓으면 점화용 화약으로 불이 전달돼서 거기서 터지면서 불이 붙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흑색화약이 사용되기 때문에 당연히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라며 "화약 잔재물이 남기 때문에 토양오염의 가능성도 있고, 불을 지른 뒤 비가 오면 토사 유출이라는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 목축문화의 계승이 목표라면 새별오름을 태울 게 아니라 정말 목축이 행해지는 목장 지대에서 목적에 맞게 했으면 좋겠다"라며 "심지어 지금 제주들불축제에서 함께 하는 달집태우기는 제주도의 전통 문화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 목축문화 계승 목적이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하는 거라면 이제는 생태감수성이 요구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의 상황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며 "(제주들불축제는) 수많은 생물을 태우면서 복과 건강을 비는 행위인데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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