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해'인데 그 많던 산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 이수연 기자
  • 2023.01.04 17:32
전남 함평의 멧토끼 (사진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뉴스펭귄
전남 함평군의 멧토끼 (사진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계묘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 여기서 계(癸)는 검은색을 의미해 특히 검은 토끼가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토끼는 회색이나 갈색 털을 지닌 '멧토끼'다. 한반도 고유종인 멧토끼는 산토끼라고도 불린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 '산토끼'의 주인공이 바로 멧토끼다. 

(사진 생물자연보전관)/뉴스펭귄
우리나라에 사는 토끼는 멧토끼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1990년대까지만 해도 뒷산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멧토끼가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는다. 강원도 정선에 사는 이형설씨는 "30년 전엔 하루에 6마리를 본 적도 있는데 지금은 1년에 한두 마리도 보기 힘들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그 많던 멧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은 멧토끼가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3가지 원인으로 밀렵, 토끼 전염병, 산림녹화사업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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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에 사는 멧토끼 (사진 한상훈 제공)/뉴스펭귄
무인카메라에 찍힌 강원 화천군에 사는 멧토끼 (사진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뉴스펭귄

먼저 1980년대까지 멧토끼를 식용으로 팔거나 토끼털 방한용품을 만들 목적으로 밀렵꾼들이 올무를 이용해 남획하면서 개체 수가 줄었다.

그 와중에 1970년대부터 약 20년간 토끼 전염병이 3차례 돌면서 전국적으로 멧토끼가 급감하기도 했다. 한상훈 소장은 "전염병이 유행하던 당시 멧토끼의 폐를 보면 하얀 기생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염병이 끝난 후에도 멧토끼 개체 수는 다시 늘지 않았다. 숲을 조성하는 산림녹화사업이 멧토끼의 서식 환경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몸집이 작은 멧토끼는 숲보다는 언덕 같이 탁 트인 풀밭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1970년대부터 산림녹화사업을 시작하면서 멧토끼가 서식하던 민둥산은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큰 나무들이 우거지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멧토끼가 더는 지낼 수 없게 됐다는 게 한상훈 소장의 설명이다.

(사진 한상훈 소장 제공)/뉴스펭귄
무인카메라에 찍힌 강원 인제군에 사는 멧토끼 (사진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뉴스펭귄

다행히 멧토끼는 멸종위기종이 아니다. 무인카메라로 관찰해보면 강원, 서울, 전남 등 아직 전국 곳곳에서 자취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한 소장은 "멧토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옛날만큼 많지는 않다. 이제는 겨우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가끔 멧토끼가 인도로 출현하는데 주변에 있던 들고양이가 멧토끼를 위협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멧토끼처럼 예전에는 흔했지만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 야생동물로 이리, 승냥이, 여우, 사향노루, 반달가슴곰, 멧돼지 등이 있다. 이들이 사라진 공통적인 이유는 '인간'이다. 한 소장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자연을 바꾸는 과정에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멧토끼는 아직까지 멸종위기종이 아니다 (사진 IUCN )/뉴스펭귄

그는 "최근 소백산에 방사한 여우는 북한까지 넘어갔다. 근처에서 잘 살아갈 것으로 생각했지 그렇게 멀리까지 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계속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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